고아가 된 ‘콩쥐’는 새 어머니와 그녀가 데리고 들어온 못된 딸 ‘팥쥐’의 미움을 받으면서 괴롭힘을 당했지만 착한 마음씨를 잃지 않았다. 여러 가지 어려운 일을 겪을 때 마다, 황소, 두꺼비, 참새들의 도움으로 잘 극복하게 된다.
그러다가 원님의 며느리를 뽑는 잔치가 열리던 날 새 어머니는 ‘콩쥐’가 참석하지 못하도록 훼방을 놓았지만 선녀의 도움으로 예쁜 옷과 꽃신을 신고 잔치에 참석해서 원님 아들의 눈에 들게 되어 결혼을 해서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자기를 괴롭히고, 억울한 일을 당해도 착한 마음씨를 잃지 않고 살아가면, 언젠가는 행복한 날이 찾아온다는 것을 성장기의 어린이들에게 알려주려는 것으로, 옛날이야기처럼 해주시던 어머니의 말씀을 들으면서 ‘콩쥐’가 불쌍해서 눈물을 흘리던 일이 있었는데, 요즈음은 그림을 곁들인 동화책으로 출판돼 서점에서 팔리고 있다.
그런데 요즘 젊은 엄마들이 자녀들에게 ‘콩쥐 팥쥐’나‘신데렐라 공주’같은 류의 동화책을 읽지 못하게 하는 풍조가 생겨난다고 한다. 그 이유는 “이렇게 착하게 살다가는 항상 남에게 짓밟히고 왕따를 당하면서 낙오가 되고 마니까 그 보다는 똑똑하게 살라”고 가르치고 싶다는 것이다.
자기자식이 착하게 살아가면서 남에게 당하기만 하는 꼴을 차마 볼 수 없다는 엄마들의 마음도 이해가 갈 뿐 아니라 현실 또한 그러하다. 내신 1등급을 받기위해서는 친구간의 우정도 헌신짝처럼 버려야 한다. 아는 것도 모른다고 해야 하고 그 친구가 잘못 되도록 마음속으로라도 빌어야한다.
그래야만 내가 살 수 있는 것이다. 지금처럼 치열한 경쟁사회에서는 남의 위에 서기 위해서는 남이야 죽던 말던 그를 밟고 위로 올라가야한다. 잘못해서 밑에 깔리게 되면 그 인생은 비참해진다. 약육강식(弱肉强食)의 동물세계 원리가 눈앞에 전개되는데 “착한 마음씨를 가지고 살면, 언젠가는 행복한 날이 오게 된다.”는 황당한 말이 그들의 귀에 들릴 리가 없다.
이것은 엄마들에게만 국한된 일은 아닌 것 같다. 얼마 전, 어느 재벌 아빠가 술집에서 매를 맞고 돌아온 아들을 보고 열통이 터진 나머지 경호원과 조폭들을 대동하고 처 들어가 밤중에 가죽 장갑 끼고 때린 놈의 아구를 돌렸다는 이야기가 한동안 매스컴의 톱뉴스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제 이 사회는 “친구 간에 신의가 있어야한다.” 던지 “나이 많은 사람과 어린 사람 사이에는 차례를 지켜야한다.” 던지 “아버지와 아들은 친함이 있어야 한다.”는 등 효친(孝親)사상이 근간을 이루고 있는 고리타분한 삼강오륜(三綱五倫)의 낡은 생각은 박물관 한구석에다 처박아 두어야 할 것만 같다.
나도 젊었을 때 한때는 이 문제를 가지고 많은 고민을 했던 일이 있었다. “진실하고 정직하게 살아라.”, “착하게 살아라.”, “첫째도 신용, 둘째도 신용이다. 이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다.”, “남을 위해 배려해라.”, “믿음과 의리를 중하게 알아라.”…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현실은 썩을 대로 썩었는데 왜 이런 공자님 말씀 같은 말을 가르치는 것일까?”하면서 말 따로, 행동 따로 하는 이중적인 시각으로 보려했으며, 부정적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연륜(年輪)을 거듭하면서 또 책임자의 위치에서 부하 직원을 다루어 보면서 차츰 그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 언제 나에게 칼을 들이 될지 모르는 위험한 사람을 누가 쓰겠나? 조금 덜 똑똑해도 어려울 때 나에게 충성을 다하면서 그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사람이 정말 필요한 것이 아닐까?”
그래서 많은 지식을 가지고 똑똑한 사람보다는 먼저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된 것이다. 이것은 사람과 사람이 어울려서 살아가는 과정에서도 또한 같다. 그래서 “진실하고 정직하게 살아라. 착하게 살라.”고 가르치는 것이다.
‘요즘 엄마들은 이런 깊은 뜻을 생각이나 해 보았을까?’
이재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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