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그런 것이 아니다. 너도나도 살기가 힘든다고 한다. 인생은 길이라고 했는데 가는 길이 이리도 힘들다고 느껴지는 것은 길이 나빠서도 아니요 차가 나빠서도 아니다. 사통팔달 어찌 지금보다 더 좋은 길을 가진 시대가 있었을까? 밟으면 달려가는 차 어찌 지금보다 더 좋은 교통수단을 가진 시대가 있었을까. 먹을 것이 없어서도 아니요 입을 것을 못 입어서도 아니다.
씨레기 죽 한 그릇으로 겨우 입에 풀칠하고 비포장 도로 정도가 아니라 꾸불꾸불 험한 산길을 무거운 나뭇 지게를 지고 내려오던 아버지 세대들은 실제로 살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그들은 그러려니 하면서 산처럼 들처럼 바다처럼 살았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아버지처럼 살기 싫다면서 일찌감치 라이프 스타일을 독립 선언한 신세대들일지라도 철들만 하면 느끼는 것이 살기가 참 힘들다는 것이다.
아무리 첨단 과학시대라 할지라도 무엇하나 호락호락 되는 것은 없다. 그런 유혹이 없는 것은 아니나 그런 쪽을 선택했다가는 망하기 십상이다. 정도로 가야 한다고 귀가 닳도록 듣지만 법대로 살면 손해를 본다. 그래도 나는 법대로 살리라 하다보면 법을 어기고 저만치 도망치는 라이벌들이 뒤를 돌아보며 『이 바보야!』 하고 코웃음을 친다. 마음을 상하게 하고 진실하게 살려는 마음을 빼앗아가는 마음도둑이다.
요즘 우리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게이트사건들이 바로 그런 류의 마음도둑들이다. 우리나라를 게이트 공화국이라고 한다는데 웬 게이트가 그리도 많은가. 게이트는 문인데 문은 좋은 것이 아닌가. 좋으라고 만드는 문이 이리도 우리의 행복감과 자신감을 빼앗아 갈 수 있단 말인가. 매스컴은 정치가들을 대단한 사람들인 양 알필요도 없는 그들의 동정을 날마다 보도한다. 국민들은 그들을 출세한 사람이라 하여 모임이 있으면 상석을 마련하고 우대한다.
그리고 그들이 행복의 문을 만들어 줄줄 알고 세금을 낸다. 그러나 그들은 교묘한 방법으로 비밀의 문을 만들어 걸고 자기네들끼리 만들어 놓은 거미줄을 관리하여 닥치는 대로 낚아챈다.
그러다가 꼬투리가 잡히면 이를 악물고 부인한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가면 그것이 모두 거짓말이었다는 것이 드러난다. 낮엔 『안 만났다』 밤엔 『만났다』 모두 이런 식이다. 이러니 어디 성실하게 살려고 하는 사람들이 힘이 나겠는가. 청와대 국정원 검사로 국회의원으로 국정원으로 청와대로 악의 세력으로 온통 물들어 버린 나라가 아닌가.
그런 중에 또 선거를 앞뒀다. 벌써부터 대선 주자니 하여 매스컴의 초점이 그쪽으로 이동되었다. 누가 『국민화합을 위하여 대권에 도전하겠다』고 말하면 기자들이 우르르 몰려간다. 우리는 그 자체가 싫다. 차라리 권력한번 잡아보고 싶어 출마하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표는 안 줄지라도 마음은 후련할 것 같다. 언론들은 거짓말쟁이들의 말로 가득찬 지면이나 화면으로 국민들의 시각을 더 이상 어지럽히지 말았으면 좋겠다.
『대선주자 반성문 먼저 써라!』 며칠전 모 일간지에 소개된 어느 필자의 주장에 전적 동의하는 바이다. 참으로 그들은 정직한 국민 앞에 소리칠 사람들인가. 참으로 그들은 권력을 잡으면 다른 권력자와 다를 사람들인가. 믿음이 가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그들이 아무리 분장을 잘하고 텔레비전에 나온다 해도 우리는 그들의 속을 들여다 본다는 사실을 그들은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런줄 알면서도 속고 속으면서 그 텔레비전을 들여다보고 있는 한심한 국민의 모습을 또한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 욕심의 경주장에서 한발 만 뒤로 물러서자.
올해는 월드컵 경기라는 세계적 축제가 우리나라에서 있는 해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국가경쟁력24위에 있는 나라요 잘하면 3위로 껑충 뛸 수도 있는 나라이다. 월드컵특수로 경제도약과 「코리아」라는 브랜드가 빛깔을 낼 것이다. 지금 중국등에서는 「한류」라는 열풍이 멈추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국가운용능력은 세계제11위이다. 유독 비양심적 권력자들만이 국가의 수레바퀴를 뒤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조국의 영광을 위해 한발 뒤로 물러 섰으면 좋을 사람들에게 2002년의 태양이 더욱 밝게 비춰졌으면 한다.
그리하여 월드컵 축구선수들에게나 희망을 걸어보는 국민적 분위기가 일신 되어 2002년의 너와 내가 사랑이 되고 희망이 되는 새 시대로 나갔으면 좋겠다.
-최세균 안산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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