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전나무 자작나무를 심고 가꾸었다. 그리고 수백 년이 지난 오늘에 와서 그 나무들은 하늘을 찌를 듯 쭉쭉 뻗은 나무들의 울창한 숲을 이루었고 그 숲들은 끝간데를 모를 정도로 넓고 무한대하다. 얼어붙은 땅을 낙토(樂土)로 만들었고 불모지를 낙원으로 만들어놓은 것을 나는 보았다.
우리나라도 나무를 심고 가꾸는 녹화사업이 국가 백년대계를 위하여 얼마나 중요한 일이며 우리가 삶을 유지하기 위한 환경 보존에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가를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에 1949년에 4월 5일을 공휴일로 정하고 이날의 주요행사는 단연 나무심는일로 전국 관공서 직장 학교 군부대 마을단위로 나누어 각각의 토양에 맞는 나무를 심는데 수종별 특징 및 식재(植栽)기준 그루당 비료량등의 기준을 마련해 심도록 권장했으며 이 식목일 전후 한달 가량을 국민식수기간으로 정해 산림녹화 및 산지의 자원화를 꾀했던 것이다.
그러나 근자 정부의 무관심과 형식적인 행사로 말미암아 식목일행사의 중요성은 퇴색되고 그저 보너스로 생긴 공휴일쯤으로 인식되어 식목일은 카렌다에나 표시되어 있을 뿐 필드로 향하는 골퍼들과 고속도로를 메운 행락객들의 행렬로 가득하다.
이제라도 식목일의 참뜻을 다시 찾아 「나무 심는 식목일」로 만들기 위해서 다음 몇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식목일 제정의 참뜻을 되새기고 식목은 국가장래의 사활을 건 중요사업이라는 인식을 새롭게 해야한다. 그리고 이 내용을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해서 국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도록 해야한다. 나무 심는 사람 따로 있고 놀러 가는 사람이 따로 있어서는 안되겠다. 놀고보자는 식목일이 되어서도 곤란하다. 식목일은 우리 다 같이 나무 심는 날이 되어야한다.
둘째 정부는 우리가 정성 들여 심어놓은 나무를 잘 보존해야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모처럼 힘들여 심어진 나무들이 산불로 인해 하루아침에 검은 숯덩이로 변해버린다던가 우리가 살아가는데 허파역할을 하도록 하기 위해 모처럼 어렵게 만들어 놓은 그린벨트가 「개발」과 「민원해결」이라는 미명아래 대규모로 해제되어 무지막지하게 파헤쳐지고 난개발되는 현장을 목격하고 어느 누가 나무를 심겠다고 나서겠는가?
셋째 식목일을 앞당겨 날짜를 변경할 것을 제의한다. 학계에 따르면 현재의 식목일보다 앞당겨 나무를 심는 것이 식물 생태학상 뿌리내림이 좋아 활착률과 뒷자람이 훨씬 양호하다는 것이다. 특히 1945년과 4647년 3개년의 4월 5일 육지부 평균 기온이 7.9도였으나 959697년 3개년의 이날 평균기온은 9.6도로 1.7도나 높다는 것이다. 이는 지구온난화현상이 사실로 드러난 것으로서 앞으로도 계속 온도가 상승할 것으로 보는 게 학계의 전망이다. 물론 봄철 기온은 경기 충청 제주등 지방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지금의 식목일은 너무 늦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그리고 전국의 농촌에서는 사실상 4월 5일 이전에 나무심기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생각하면 현재의 식목일은 너무도 형식적이요 낭비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만약 3월 식목이 충청이북지역에 알맞지 않다면 식목일을 지역별로 지정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일 것이다. 지방화시대가 아닌가?
넷째 「내 나무 갖기 운동」을 제의한다. 그 옛날 별이 총총한 한여름 밤하늘을 앞마당 멍석 위에 누워 바라보면서 『별 하나 나 하나 별 둘 나 둘』 하고 별을 세면서 그 중에 내별은 어떤 것일까? 하고 내별 갖기를 소원했던 시절이 있다. 이제부터라도 출생 결혼 취직 개업 등의 기념일을 택하여 내 나무를 심자. 그리고 내 몸처럼 정성 들여 가꾸어보자!
때마침 안산시 호수공원에는 「내 나무 심기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내 나무 갖기 운동」은 자연스럽게 수종개량을 기하면서 수백년후 무진장한 산림자원과 낙원을 만들어 우리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이 뚜렷하다. 그리고 땅은 기름지고 비옥하다. 스칸디나비아 3국과는 비교도 안될 천혜의 조건들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게을러서 나무심기를 등한히 한다면 황폐하고 잡목만이 무성한 땅을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밖에 없다.
바이킹의 후손임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조상들을 경모하는 그들에 비하여 우리 후손들은 우리를 어떻게 평할까? 올해도 어김없이 식목일이 돌아왔다. 우리 다같이 나무 심는 식목일이 되게 하자!
-이재중 안산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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