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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근원 아동문학작가 | ||
벚나무 가로수, 은행나무 가로수, 느티나무 가로수들이 저마다의 독특한 단풍으로 마지막 가을을 장식하고 있다. 가로수 아래 팔짱을 끼고 걷는 연인들의 어깨 위로 내려앉는 낙엽, 어깨에 내려앉은 낙엽을 서로 털어주는 그 모습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예서제서 서로 바라보며 웃는 모습이 햇살보다 더 눈부시다. 그러면서도 햇살 한줌 찾아들지 않는 골목처럼 가슴 한 구석으로 어둔 그림자가 스멀스멀 일어선다.
우리 삶의 터전인 안산에서 일어난 나영이 사건만 생각하면 가슴이 너무 아프다. 전 국민을 분노케 만든 나영이 사건, 인간이기를 포기하는 사람이 얼마나 무서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가를 극단적으로 보여주었다. 나영이란 예쁜 이름을 가진 수많은 나영이에게까지 알게 모르게 고통의 그림자를 안겨주진 않았는지 가슴이 마냥 무겁기만 하다.
올 가을 들어 쉬지 않고 터지는 패륜범죄들이 우리를 경악시키고 있다. 끊임없이 터지는 성폭력과 존속살해 등 말만 들어도 가슴이 섬뜩해진다. 그 중에서도 어린 새싹들에게 가해지는 성폭력은 한 인간의 인격과 미래까지 말살한다는 점에서 전 인류가 추방해야할 ‘공적 1호’라고까지 할 수 있다. 나영이 사건으로 전 국민의 공분이 아직까지도 하늘을 치솟고 있는데 유사한 사건이 터져 더더욱 가슴이 무겁다.
또한 초딩 낚기로 인터넷에 급속히 번지고 있는 동영상은 어린 자식들을 둔 부모들의 가슴을 무겁게 만들고 있다. 아무 이유 없이 초등학생들에게 가해지는 10대 청소년들의 폭력 동영상은 가슴이 무겁다 못해 우울해지기 까지 한다. 집 앞에서도 안심이 안 되어 학교 교문까지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서야 돌아서는 어머니들의 뒷모습이 낙엽같이 서글프다.
청소년들의 모방 심리를 자극해 급속도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폭력 방지 대책 마련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사회 분위기 자체가 다른 사람을 배려해주고 공감해주고 이런 걸 배울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닌 것 같다.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어주는 주춧돌인 사랑이 무너지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얼마 전, 문화부에서 우리말 중,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말이 ‘사랑’이라고 발표를 했다. 정말일까? 만추가 가기 전, 사랑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하고 점검해야 한다. 사랑의 정의는 ‘인간의 근본적인 감정으로서 모든 인류에게 보편적이며, 인격적인 교제 또는 인격 이외 가치와의 교제를 가능하게 하는 힘.’이라고 내릴 수 있다.
사회학자 존 앨런 리는 방대한 서구 문학과 철학을 연구한 뒤, 사랑의 스타일을 다음과 같이 여섯 종류로 나누었다. 육체적이고 성적인 매력의 사랑관계인 에로스(Eros)부터 루두스(Ludus), 스토르지(Storge), 마니아(Mania), 프라그마(Pragma), 헌신적인 종교적 사랑인 아가페(Agape)로 나누었다.
부부 심리학 교수인 클라이드와 수잔 헨드릭은 이 사랑의 스타일을 토대로 흥미로운 '사랑의 태도 등급표'를 제작했다. 모두 24개의 설문항으로, 쉽게 사랑의 유형을 판별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사랑은 살면서 변할 수 있고, 우리가 맺고 있는 관계에 따라 변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결과에 집착하는 것은 금물이지만 한번 쯤 인터넷을 검색해 내 사랑의 유형을 알아보는 것도 좋은 일이라 할 수 있다.
사랑은 죽은 나무에도 새순을 돋게 하고, 버려진 돌멩이에서도 이슬을 맺히게 할 수 있는 위대한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말 중 하나이면서 가장 많이 쓰이는 말이 또 사랑이다.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어 주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가 사랑이다. 그것이 바로 사랑의 존재 이유이다. 아름다운 늦가을 서정이 우리 주변에 흘러넘치고 있다. 바람이 분다. 나뭇잎들이 우수수 나무들을 떠나고 있다.
류근원 아동문학작가 kwroo@hanm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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