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9월부터 부곡동 동장으로 일하고 있는 정상래 씨. 아랫입술이 발그스레 부르틀 만큼 고되기도 하지만 주민들과 만나며 '풀뿌리 행정'의 의미와 가치를 새삼 배우는 요즘이 더없이 행복하다.

부곡동 ‘풀뿌리 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정상래(48) 동장은 요즘 하루해가 짧다. 늦가을에 접어들며 해가 점점 짧아지는 것도 그렇지만, 몸과 마음이 더 바빠진 탓이다.

“현장에서 주민들을 직접 만날 때는 눈높이 입장에 서서 낮은 자세로 더 많은 얘기를 들어주는 게 가장 중요하더라구요. 동장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기도 하구요.”

시청 총무과에서 인사담당을 맡다가 지난 9월 중순 승진해 부곡동장으로 옮긴 ‘새내기 동장’이지만 동장의 책임과 역할 만은 가슴에 오롯이 담고 있는 그다. 그래서 주민들을 만나러 현장을 뛸 때 가장 뿌듯하고 보람이 크다.

“부곡동장으로 옮긴 뒤 공무원 연수를 받느라 한 달을 보냈어요. 주민들과 가까이서 만나기는 한 달이 채 안됐죠. 그래서인지 빨리 현안업무를 파악해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더 조급해진 것 같아요”

아침에 부곡동 주민자치센터로 향하는 그의 출근길이 독특하다. 상록구 사2동 집에서 부곡동까지 자가용으로 15분이면 충분한 출근길이 30분 이상 걸린다. 곧장 가는 대신에 성호공원 쪽으로 길을 잡아 안산동에 인접한 곳까지 들렀다가 차를 되돌려 출근하는 ‘수고’를 자처한 때문이다.

동네 구석구석을 눈으로 살피려면 ‘금쪽같은’ 시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이 퍼뜩 들어서란다. 점심 땐 시간을 쪼개 주민자치센터에 비치된 전기자전거를 타고 다시 동네 곳곳을 누빈다.

“조금만 서두르면 관할 동을 자주 돌아볼 수 있더라구요. 시간을 효과적으로 쓰고 건강도 챙기고. 자주 눈에 띄니까 ‘딱딱한’ 느낌이 안들어서 인지 주민들이 더 가깝게 다가오는 것 같기도 하고...”

그는 “여전히 공직자를 ‘문서화되고 정형화된 집단’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고 말한다. 좀더 가깝게, 좀더 친근하게, 좀더 자주, 그가 주민들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려 노력하는 이유다.

정 동장은 지난 1989년 1월 안산에서 처음 공직생활을 시작해 20여 년을 시청에서 법무와 인사행정을 맡는 일을 해왔다. 오랫동안 주어진 자료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일만을 주로 해오다가 스스로 일거리를 만들고 주민들과 머리를 맞대는 일을 시작해서인지 하루하루가 새롭고 즐겁다. 새삼 사람의 ‘정(情)’이 뭔지를 배우고 느끼는 요즘이어서 더 행복하다.

업무에 있어서는 성실성과 능력을 공직사회에서 이미 여려차례 인정받았다. 지난 2006년 시가 ‘상향식 추천제’로 인사담당을 뽑을 때 동료와 선후배 사이에서 적임자로 맨 앞에 이름이 오르내렸을 정도다.

“정말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동장이 될겁니다. 주민들이 부르는 곳이면 언제든지 달려나갈 거구요.”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줄고 차가운 바람에 입술은 부르텄지만, 정 많은 부곡동 주민을 만나 행복하다는 ‘새내기 동장’의 약속이자 다짐이다.

김선광 기자  ace1357@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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