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성식 변호사

예로부터 우리나라에는 상부상조 정신에 따른 많은 전통이 있어 왔고, 현재까지도 많은 전통들이 유지되어 오고 있다. 지인이 결혼할 때 보내주는 축의금이나 지인의 사망 시에 주는 부의금 또는 조위금도 예로부터 내려오는 상부상조 정신의 예라 할 것이다.

결혼식이나 장례와 같은 큰일을 치루는 입장에서는 주변의 도움은 큰 힘이 될 것이고, 실제로도 이러한 축의금이나 부의금으로 필요 경비를 감당하기도 한다. 그런데 간혹 경비에 충당하고 남은 돈 때문에 집안 내에서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결혼식의 경우에는 통상 집안의 어른이 필요 경비에 충당하고 남은 축의금을 결혼한 자녀에게 지급하거나 그 외 용도로 처리하기에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지만, 부의금의 경우에는 다소 간의 갈등이 생긴다고 한다.

예를 들어 '부의금 중 자신의 지인들이 보낸 액수가 제일 많은 데, 이러한 사정이 고려되지 않은 채 경비에 충당하고 남은 부의금이 나눠졌고, 다른 형제들에게 이러한 것을 따져 묻기 뭐해 그만 두었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다소 속상하다'라는 내용의 사연을 필자가 들은 바 있다. 집안 어른 입장에서야 부의금 때문에 형제간에 갈등이 생긴다는 것은 탐탁지 않은 일이지만, 현실에서는 이러한 일들로 인해 미묘한 갈등이 생기기 마련인 듯 하다.

그렇다면 부의금을 법에 따라 나눈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이에 대해 법원은 '사람이 사망한 경우에 부조금 또는 조위금 등의 명목으로 보내는 부의금은 상호부조의 정신에서 유족의 정신적 고통을 위로하고 장례에 따르는 유족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줌과 아울러 유족의 생활안정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증여되는 것으로서, 장례비용에 충당하고 남는 것에 관하여는 특별한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사망한 사람의 공동상속인들이 각자의 상속분에 응하여 권리를 취득하는 것으로 봄이 우리의 윤리감정이나 경험칙에 합치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2. 8. 18. 선고 92다2998 판결 참조)'라고 판단하였고, 이에 따르면 경비에 충당하고 남은 부의금은 자녀들 사이에서는 공평하게 분배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당사자사이에 합리적이고 원만한 합의가 도출되지 아니한 채 법적 분쟁으로까지 나아갔을 경우의 기준인 것이고, 무엇보다 당사자들의 사정을 고려하여 원만한 합의에 기초한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처리되어야 할 것이다.

문성식 변호사  moon2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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