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성식 변호사

최근 주목할 만한 판례 변경이 있었다. 우선 메스컴에서도 많이 보도된 바와 같이 헌법재판소는 7년 전 ‘혼인빙자간음죄는 합헌’이라는 종전 견해를 변경하여 ‘혼인빙자간음죄는 위헌'이라는 결정을 하였고, 결국 ’혼인빙자간음죄'는 헌법재판소의 견해 변경으로 형법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그동안 학자들은 형법이 지나치게 개인의 사생활 영역까지 개입하였다며 위헌성을 주장해 왔고, 헌법재판소는 사회 인식 변화 등에 비추어 혼인빙자간음죄로 처벌하는 것이 지나친 간섭과 규제라는 종전 비판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는 ‘혼인을 빙자한 경우'라도 사생활에는 개입하지 아니한다는 것이고, ’혼인을 빙자하여 금품을 편취한 경우'라면 당연히 사기죄로 처벌될 수 있는 것이며, ‘혼인빙자'에 따른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은 여전히 남게 되어 있다.

또한 대법원은 최근 공무원의 직무수행을 방해하더라도 형법 제314조의 '업무방해죄'로 처벌 할 수 없다며 종전 대법원 판례를 변경하였다. 우리나라 형법은 제136조에서 '직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을 한 경우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하고 있고, 형법 제314조에서는 '허위 사실의 유포, 위계, 위력으로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업무방해죄로 처벌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민원인이 공공기관에서 소란행위(폭행, 협박에 이르지 아니한 경우)를 한 경우, '폭행, 협박 행위'가 없어 공무집행방해죄로는 처벌할 수 없기에, '형법 제314조에서의 업무에는 공무도 포함 된다'는 이유로 소란 행위자는 업무방해죄로 처벌되어 왔었다.

그런데 이번에 대법원은 '형법이 업무방해죄와는 별도로 공무집행방해죄를 규정하고 있는 것은 사적업무와 공무를 구별해 공무에 관해서는 공무원에 대한 폭행, 협박 또는 위계의 방법으로 그 집행을 방해하는 경우에 한해 처벌하겠다는 취지로 보아야 한다'라며 기존 입장을 변경하였다.

그렇다면 이제 공공기관에서의 소란행위는 새로운 입법이 없는 한 전혀 처벌되지 않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만약 소란행위가 경범죄처벌법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면 경범죄처벌법위반으로, 공공기관의 퇴거요구에 불응하면 퇴거불응죄로 처벌받게 되고, 그 정도가 폭행, 협박에 이른다면 당연히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받게 된다. 간혹 기존 판례 변경 뉴스를 접하면서 법적 공백이나 혼란을 우려하는 분들도 있는데, 이번 판례 변경 사안은 법적 공백이나 혼란까지를 우려해야 할 정도는 아니다.

문성식 변호사  moon2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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