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성식 변호사

 ‘우리나라 이혼률은 35.6%로 3쌍 중 1쌍은 이혼하는 셈이다’라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최근 들어 위와 같은 통계가 잘못된 것이라는 반박보도도 있지만, 예전과 달리 이혼이 늘어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젊은 커플 중 일부는 결혼식 직후 곧바로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1년 정도 지나거나 아이가 생기면 혼인신고를 하기도 한다고 한다.

한마디로 어느 정도 살아보고 결정을 하겠다는 것이다. 일단 혼인신고를 하게 되면, 헤어질 경우 협의상이든 재판상이든 이혼절차를 마쳐야 하는 등 여러 가지 복잡한 법률관계가 필요하고, 가족관계등록부(구 호적등본)에 이혼경력이 남기 때문에 혼인신고를 미루는 것이다. 이처럼 사회생활상 부부공동생활을 영위하고 있지만 혼인신고만을 하지 않은 남녀관계를 ‘사실혼(事實婚)’이라고 한다.

  사실혼은 단지 혼인신고만을 하지 않았을 뿐임에도 불구하고 혼인신고까지 마친 ‘법률혼(法律婚)’과 법적으로 여러 가지 다른 취급을 받는다. 대표적인 것만 예를 들면, 사실혼의 경우 부부 사이에 친족관계(인척)과 발생하지 않고, 사실혼 부부의 아이는 혼인 중의 출생자가 아니며, 나아가 아버지의 인지가 없는한 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르고 어머니 밑으로 입적(호적에 이름을 올리는 것)한다.

또한 사실혼 부부는 서로가 법률상 배우자의 지위에 없으므로 부부 중 일방이 사망하였을 경우 상속권도 인정되지 않는다. 그러나 사실혼은 형식상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을 뿐이지 실질적인 부부공동생활을 하는 것임는 틀림없으므로, 일정한 범위 안에서 일정한 법적인 보호를 받고 있다.

  그런데 ‘중혼적 사실혼’의 경우는 위와 같은 사실혼에 대한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중혼적 사실혼이란 당사자 중 일방이 법률혼 관계이 있는 것을 뜻한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사실상의 이혼상태라면 ‘중혼적 사실혼’도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흥미로운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9다64161 판결). 비록 중혼적 사실혼관계 일지라도 법률혼인 전 혼인이 사실상 이혼상태에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는 것으로서, 이혼을 형식적이 아닌 실질적으로 법률관계를 파악하겠다는 태도라 볼 수 있다.

즉 위 대법원 판결은 이혼의 본질은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는다는 등의 형식적인 것보다 배우자로서의 마음과 생활을 버리는 등 실질적인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혼소송을 진행하다 보면, 재산이나 양육문제보다도 당사자 사이에 감정의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서로 상처를 주는 안타까운 상황을 종종 본다. 만남의 기술만큼이나 헤어짐의 기술도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한다. 원효대사의 해골물 이야기처럼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마음먹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껴진다.

문성식 변호사  moon2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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