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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제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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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가 훤칠하고 밝은 표정의 박주원 수사관은 그때부터 수사관으로서 면모를 갖추게 됐고, 이후 수원지검과 인천지검 등에서 숨은 실력을 쌓았다. 수원지검에 근무할 때는 아이러니컬 하게도 송진섭 당시 안산시장을 뇌물수수 혐의로 직접 조사 하는 등 그때부터 안산시와 묘한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검찰에서 뚜렷한 두각을 나타내던 박주원 수사관은 검찰내 최고의 요직이라 불리는 대검 범죄기획관실에서 근무하기에 이른다. 대검 범죄기획관실은 전국의 정치 경제 사회의 초특급 범죄 첩보와 수사를 담당하는 곳으로 엘리트 검사와 수사관이 주로 배치되는 부서로 알려져 있다. 그곳에서 박주원 수사관은 당시, 한나라당 차떼기 사건 수사에 수사관 자격으로 직접 참여했던 것으로 전해져 오고 있다.
이후 박주원 수사관은 모 기업체 회장의 검찰 내사와 관련, 모 지검장의 청탁전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세간의 이목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거론된 지검장은 결국 검사 직급이 강등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져 관심의 척도는 하늘을 찌를 정도였다.
대검 범죄기획관실에 근무하던 박주원 수사관은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을 출입하면서 현재 한나라당 고위 인사들과 교류를 시작했고, 결국 안산시장 후보로 낙점받기에 이른다. 당시 박주원 수사관의 안산시장 후보 공천을 두고 지역 정가는 낙하산 후보라느니, 의외의 공천이라느니, 말들이 풍성했지만 한나라당의 돌풍으로 그는 일약 안산시장실을 차지하게 된다.
(지금부터는 시장으로 호칭을 붙임)
박주원(52) 시장은 안산시장 취임 뒤부터 각종 기발한 아이디어를 쏟아내며 안산시를 전국적으로 알리는데 일조했고, 그 역시 일약 인기있는 스타 시장으로 우뚝 서는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주.야를 가릴것 없이 24시간 동안 주민들이 시청을 이용하면서 각종 민원서류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한 ‘25시 감동센터’라는 게 있다.
이는 안산시가 대표적으로 성공한 케이스로 각종 언론에서 찬사를 보냈으며, 일부 자치단체는 이 제도를 도입하려는 상황까지 이르게 됐다. 안산종합운동장이라는 이름을 생소하게 ‘와~스타디움’이라고 바꾸고, 떨어질대로 떨어진 안산시 공무원의 청렴도를 높이겠다며 ‘투명사회실천협의회’라는 조직도 만들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알기 쉽고 부르기 좋은 종합운동장을 굳이 와~스타디움이라고 바꾼데 대해 “박주원 시장이 너무 튀는게 아니냐”는 비난도 있었지만 그는 밀어붙이고 말았다. 공무원 청렴도 향상을 위해 만들었다는 투명사회실천협의회 역시, 일부에서 “공무원의 청렴도 향상은 어떤 제도나 조직에 의한 것이 아닌데 괜히 남을 의식한 처사”라는 지적을 받기로 했다.
한때 시청 본관 건물 외벽에는 시청 인사계장 이름으로 공무원 시승제 홍보를 과도하게 하는가 하면, 인사청탁을 하지 말라는 구호의 펼침막을 내걸기도 했다. 이를 본 공무원이나 시민들은 “얼마나 공무원 승진이나 인사청탁이 만연하면 저토록 시청 문턱에 광고까지 할까” 하고 의아해 했다. 아무튼 박주원 시장은 시장 재직 4년 동안의 수많은 시책중 ‘전국 최초’라는 수식어를 수없이 내놓으며, 안산은 물론 전국적인 이목을 받았다.
그런 안산시가 지금 어떻게 돼 있는가. 그런 박주원 안산시장이 지금 어떻게 돼 있는가. 안산시의 민선시장은 지금까지 모두 3명이 거쳐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거쳐간 3명의 시장들이 모두 형사처벌을 받았거나, 재판에 회부됐었다는 사실에 우리는 실망을 금할 수가 없다.
박성규 전 시장이 5년 이상을 교도소에서 영어의 몸이 됐었고, 송진섭 시장은 두번씩이나 구속돼 재판을 받아 무죄로 풀려났지만, 몇달간 시정 공백으로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가고 말았다. 박주원 시장은 이 같은 선배 시장들의 형사 처벌 악몽을 의식했는지 처음부터 청렴도를 매주 중시하면서 시정을 펼쳐왔다고 한다. 그러나 그 역시 이들 시장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전절을 밟고 있어 시민들은 안타까움과 동시에 그를 원망의 눈으로 쏘아보고 있다.
“그 사람은 안 그럴줄 알았는데...” “이번만은 아니겠지...” 하던 시민들의 속마음은 허탈하다 못해 가슴이 바싹바싹 타들어가고 있다. 박주원 시장이 자신의 친정인 수원지검에서 조사받고 나오는 얼굴을 본 안산시민들은, 그리고 박 시장 본인의 심정은 과연 어떠했을까.
박주원 시장은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나오면서, “검찰이 뭔가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그 부분에 대해 해명을 모두 했다. 돈을 줬다고 하는 시간과 장소에 나는 시청에서 결재를 하고 있었고, 그런 자료가 남아있다'”라고 항변했는데...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그의 주장과 다르게 증거인멸 우려가 있고, 받은 금액이 많다는 이유로 영장을 발부했다. 어떤 시민은 “박주원 시장이 이렇게 속과 겉이 다를 줄은 몰랐다”며 “어쩌면 이렇게 큰 사고를 칠 수 있단 말이냐”며 “차라지 안산을 떠나고 싶은 심정”이라고 혀를 차기도 했다.
현재 박주원 시장이 뇌물을 받았다고 분명 단정할 수는 없다. 법원에 의해 구속영장이 발부돼 수원구치소 갇혀있지만, 앞으로 재판과정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박주원 시장을 범죄인으로 보고 싶지 않다는 얘기다.
모든 언론에서 ‘박주원 안산시장 뇌물 혐의 구속영장 발부’ 라는 제목의 신문과 방송 뉴스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안산시민은 죄지은 게 없다. 생활이 어렵지만 주민세, 자동차세 꼬박꼬박 내고 그래도 안산이 좋다고 아이들 학교 보내고 내일의 희망을 꿈꾸며 살고 있는 소시민일 뿐이다.
박주원 시장이 약속한 ‘시민을 편안하게, 시민을 행복하게, 시민을 즐겁게’ 라는 캐치프레이즈에 대해 한마디만 전하고 싶다. 제발, 시민을 걱정스럽게, 시민을 불행하게, 시민을 부끄럽게 하지 말아 주오.
최제영 시인/기호일보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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