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한국선진학교(교장 한홍석)에 다니는 19명의 ‘맑음이 빚는 소리’ 합주 단원들은 지적 장애를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다. 중·고등학생 나이더라도 정신적인 판단력은 10살 어린이와 비슷하고 기억력도 비장애 학생보다 현저히 낮다. 하지만 ‘마림바’라는 악기를 연주하는 순간 만큼은 여느 연주가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빼어난 실력과 화음을 뽐낸다.

△ 지적 장애를 딛고 3장의 음반을 발표한 한국선진학교 '맑음이 빚는 소리' 합주반 학생들이 마림바 연습을 하고 있다. 뒷줄 오른쪽 끝이 이들을 지도하고 있는 최문영 교사, 앞줄 왼쪽 끝은 유선화 방과후 지도교사.

지난 1991년 창단한 선진학교 맑음이 빚는 소리 합주부는 ‘마림바’, ‘북’, ‘우드블럭’의 타악기를 이용한 연주활동을 하고 있는데 메인 악기는 실로폰과 비슷한 모양새면서 크기가 훨씬 큰 ‘마림바’이다.

창단 첫 해 전국장애인 종합예술제에 참가해 우수상을 수상한 뒤 여러 대회에서 화려한 수상경력을 쌓으며 이름을 알렸다. 지금은 각종 크고 작은 행사에도 초청받아 연주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안산교육청이 주최한 학생예능경연대회에서 기악합주부문 최우상을 수상해 안산시 관내 초·중·고교 합주반 중에 최고의 실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더욱이 학교 ‘합주 동아리’란 타이틀을 뛰어 넘어 벌써 3집 음반까지 발표해 전문 연주단이라고 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다. 지난 2008년 1집 음반을 시작으로 2009년 1월과 12월에 2·3집 앨범을 잇따라 발표하며 교육계와 음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그래서 이들에겐 장애를 뛰어 넘어 아름다운 마림바 연주를 선보이는 최고의 연주단이라는 또 다른 이름이 따라 붙는다.

화려한 연주 실력과 화음을 만들어 내기까지, 그리고 세 장의 앨범을 발표한 당당한 뮤지션의 자리에 오기까지, 선진학교 맑음이 빚는 소리 합주반 학생들의 음악에 대한 열정의 파노라마는 영화 이상의 감동을 준다. 단 한 곡을 연주하려 해도 수백 번, 수천 번의 연습이 필요하지만 신체적·정신적 장애의 벽을 뛰어 넘어 영혼의 울림을 선물하는 뮤지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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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혼’으로 화음 빚는 ‘맑음이 빚는 소리’ 합주단

색깔로 음계 구분해 가며 연습해 3장의 음반 내

△ '맑음이 빚는 소리' 합주부 학생들이 최문영 교사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리듬 오브 더 레인(Rhythm Of The Rain)'이라는 곡을 연주하고 있다.

상록구 본오동에 위치한 특수교육기관인 국립 선진학교 '맑음이 빚는 소리' 합주부는 12명의 정식단원과 7명의 신입단원 등 총 19명의 지적 장애를 가진 중1학년~고3학년 학생들로 구성된 연주단이다. 14마디 짜리 한 곡을 익히는데 걸리는 시간만 보통 3~4개월 이상인데 아무리 힘들어도 '마림보'를 연주하는 순간 만큼은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 뮤지션들이다.

마림보를 연습하는 모습은 여느 합주부와는 달리 매우 독특하다. 학생들이 보는 악보는 도~시까지 7음계가 각기 다른 7가지 색깔의 스티커로 표시돼 있다. 각각의 색깔이 지정해 놓은 음계에 맞춰 마림보 건반을 두드리고 연주를 한다. 악기를 연주하려면 악보 읽는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지적 장애를 가지고 있다 보니 비장애인처럼 악보를 읽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 기억력이나 집중력도 비장애인보다 크게 떨어져 한 곡을 연주하려면 수백, 수천 번의 연습이 필요하지만 누구 하나 힘들다고 포기하는 법이 없다.

지적 장애인들로 구성됐지만 맑음이 빚는 소리 합주부는 벌써 3장의 앨범을 낸 당당한 뮤지션이다. 수록된 곡만 가곡에서 클래식까지 총 40여 곡에 이른다. 3집 음반을 내기까지 이들 학생들이 얼마나 힘들게 고생하며 연습을 했을까 생각하니 이 앨범들은 단순히 몇 곡의 연주곡을 실은 음반 이상의 가치를 담고 있다는 생각이다. 바로 이들의 꿈과 미래, 그리고 소중한 추억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맑음이 빚는 소리 합주부가 1~3집 앨범을 발표하고 당당한 연주단으로 성장하기까지에는 지난 2007년부터 4년 동안 합주부를 담당하고 있는 최근영 교사의 헌신적인 노력과 열정이 있어 가능했다. “아이들에게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는 기억을 심어주고 싶었어요.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지만 아이들에게도 뭔가 하나쯤 학창 시절의 좋은 추억쯤은 남겨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지적 장애를 가진 학생들은 과거의 좋은 추억과 미래의 꿈보다는 지금, 현재의 시간에 많은 무게 중심을 두고 생활한다고 한다. 때문에 최 교사는 지적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시간이 많이 흐른 뒤 스스로를 뒤돌아 봤을 때, 학창시절의 소중한 추억을 간직 할 수 있도록 해주자는 뜻에서 음반 발표를 계획하게 됐다고 한다. 그래서 일까? 합주부 학생들은 자신들이 다루는 악기 앞에만 서면 이내 마음에 새겨지는 아름다운 연주를 선보인다.

합주부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곡 중 하나인 ‘리듬 오브 더 레인(Rhythm Of The Rain)'을 최근영 교사의 피아노에 맞쳐 연주하는 동안 아이들의 온 몸에서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힌다. 연주를 마음에 새기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 단원들에게 그만 어리석은 질문을 던지고야 말았다. “연습하는 거 힘들지 않니?”라는 물음에 합주부원들은 흐르는 땀을 연신 훔치면서도 “힘들지 않아요. 연주 좋아요. 악기 좋아요”라며 즐거운 표정을 짓는다.

맑음이 빚는 소리 합주부 아이들이 지금 흘리는 땀방울은 먼 훗날 소중하게 기억될 추억을 하나씩 쌓아가고 있는 것이다.

김선광 기자  ace1357@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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