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성식 변호사

퇴직금은 사업주나 근로자 모두에게 민감한 문제일 수 밖에 없다. 근로기준법에 따른 퇴직금 지급은 당연한 것이지만, 영세 사업주에게는 퇴직금이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 올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사업주와 근로자 사이에서는 매년 퇴직금을 포함한 연봉계약이 체결되고, 이를 12개월로 분할하여 지급되는 방식으로 퇴직금이 지급되는 경우도 상당하다.

예를 들어 한달 임금이 100만원이라면, 근로자와 사업주 사이에서는 퇴직금 100만원이 포함된 연봉계약이 체결되고, 사업주는 연봉 금 1,300만원을 12개월로 분할하여 지급함으로써 당해 년의 퇴직금을 그 해 지급하는 것으로 정산한다.

이러한 퇴직금 지급 방식이 근로기준법 위반이고, 따라서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은 없다(대법원 2007. 8. 23. 선고 2007도4171 판결 참조).

그런데 이처럼 월급에 퇴직금을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퇴직금을 분할하여 지급한 것이 퇴직금 지급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면, 이미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된 돈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이에 대한 그동안 법원의 판단을 보면, 사업주와 근로자들이 임금과는 별도의 퇴직금으로 인식하고 수수한 이상 적어도 이를 부당이득으로 보아야 한다며, 사업주의 부당이득 반환 청구를 인정한 법원의 판단도 있었고, 근로의 대가로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금품이 정기적ㆍ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것이면 원칙적으로 모두 통상임금에 속하는 임금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매월 정기적ㆍ일률적으로 지급한 돈은 퇴직금과 관련된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성, 후불적 임금이라는 퇴직금의 성격, 근로기준법상 임금인지 여부의 판단은 명칭을 불문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근로의 대가로서 통상임금의 일부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여, 근로자가 이를 부당이득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한 법원의 판단도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대법원은 월급이나 일당과 함께 퇴직금으로 일정액을 미리 지급키로 하는 이른바 ‘퇴직금 분할 지급 약정’은 원칙적으로 무효이기에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는 것이고, 그렇다면 위 약정에 의해 이미 지급한 퇴직금 명목의 돈은 근로기준법이 규정하는 임금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근로자는 기존 퇴직금 명목으로 수령한 돈을 부당이득으로 사용자에게 반환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힘으로써 그 간 상반된 견해가 제기되었던 부분을 정리하였다.

결국 현재 대법원 견해에 따르면, 퇴직금 분할 지급 약정에 기해 퇴직금을 포함한 월급이 지급되었다 하더라도, 이는 법이 정한 퇴직금 지급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것이지만, 근로자는 이와 같은 방식으로 지급 받은 돈을 부당이득으로 사업주에게 반환해야 한다.

문성식 변호사  moon2s@naver.com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