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록구 본오 1동 849-19에 위치한 행복 나눔 무료 급식소를 찾은 시간은 오전11시. 점심시간이라기엔 이른 시간이지만 식사를 하러 오신 노인들이 삼삼오오 급식소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10여 평 남직한 좁은 공간에 8개의 식탁이 놓여있는 이 급식소의 안주인인 신정옥씨(54세)와 남편 이석권씨가 분주위 식판에 반찬을 담고 있었다.

이들 부부는 매일 새벽 5시면 농수산도매시장을 찾는다고 하신다. 비싼 재료를 사서 만들어 드리지 못하나 한 푼이라도 싸게 사야하고 무엇보다 신선한 재료로 연노하신 어른들이 잡수시기 좋은 재료들을 구입하여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내가 반찬을 준비하는 동안 이석권씨는 쌀을 씻어 밥을 준비 한다. 알콩달콩 부부의 맛이 밴 반찬과 밥이 준비되니 배식과 설거지를 도와 줄 자원봉사자들이 하나 둘씩 도착해 일손을 돕는다.

이 부부가 무료급식을 하게 된 것은 처음부터 거창한 뜻이 있어 시작한 것은 아니다. 철근자재를 납품하고 설치하는 소규모의 사업을 운영하다 IMF때 도산되어 빚 때문에 숨어다니는 신세로 전락했다는 것. 어려움은 연이어 이 부부를 덮쳤다. 어머님이 돌아가신 것이다. 그러나 이 부부는 숨어서 어머니의 장례를 지켜 볼 수 밖에 없었다. 

이때 이석권씨는 다시 재기하면 10년 동안만 내 어머님께 못다 한 효를 어려운 이웃노인들에게 꼭 실천해 보겠다고 마음으로 약속했다. 이씨는 이 약속을 2004년 집 앞 공터에 천막을 치고 컨테이너 속에서 지켜나갔다. 폐휴지를 모아 생계를 꾸려나가는 동네 노인1~2명에게 따뜻한 밥을 대접하게 된 것이 이제는 하루 100인분의 밥을 짓고 있다.

그러나 이 부부는 무상 임대장소를 찾아 1년에 한번 씩 5번째 이삿짐을 싸야했고 급식비가 모자라 쩔쩔맬 때 마다 무료급식소를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자기 집 냉장고를 뒤져 밑반찬을 만들어 들고 오시는 분, 소리 없이 부식 재료를 급식소 앞에 두고 가시는 자원봉사자들의 따뜻한 격려와 폐휴지 모은 리어카를 급식소 앞에 놓고 밥을 기다리는 소외된 노인들을 외면 할 수 없어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30만원을 내야하는 이곳으로 다시 옮겨와 5번째로 급식소 문을 연 것이다. 

“ 세상에서 제일 서러운 것이 세끼의 밥을 먹을 수 없다는 것이라 생각해요. 우리주변에 이 서러움을 당하고 사는 사람이 없으면 정말 살맛나는 세상이라 말 할 수 있겠지요” 라고 말하며 더 나은 장소에서 더 많은 어르신들께 밥을 드리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을 펴 보이는 이씨 부부. 

따뜻한 밥과 정성이 깃든 반찬이 준비 되어 있는 이곳에 와서 이석권, 신정옥부부의 사랑도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오늘 드시고 가시는 어르신들이 내일 또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급식소를 찾아 주시기 바래요”라며 식사를 하시고 돌아가시는 뒷모습을 행복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두부부의 모습은 더욱 더 행복해 보였다.

심설야 시민기자  webmaster@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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