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권헌 자문위원

금년도 어언 12장의 카랜다 중 이제 1장만이 남아 스산한 늦가을에 하늘대는 것 같다.

지난 10월은 울굿불굿 아름다운 단풍에 온 국민이 설램으로 산과 들의 나들이를 다녀왔을 것이다. 하지만 11월의 하순에 접어들면서 스산하게 부는 바람에 그 아름답던 단풍잎 은행잎들은 힘 없이 떨어져 바닥에 딩굴고 있습니다.

난 그 아름답던 낙엽을 보면서 노후 인생을 어떻게하면 아름답게 보낼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됩니다. 칠팔십년도 까지만 해도 나이들면 손자보는 재미와 며느리손에 따뜻한 밥 먹는 즐거움에 그럭저럭 노후를 살았다고 함니다만 요즘은 고학력의 여성들이 직장에 나가 돈을 벌기 때문에 어림없는 일이지요.

옛날 부모님들은 자식 키울 때 허리가 휘도록 일하고 아낌없이 주었어도 자식 자라는 재미에 살았다고 합니다. 겉으로 표현은 안하지만 노후에는 자식들이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줄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요.

종종 뉴스에 비치는 핵가족화에 부모는 자식 기다리다 하루 해를 보내며 살아간다고 합니다. 그런 나날을 수없이 보내면서 기다림과 그리움이 절망이 되어 마침내는 생을 마감하는 노부모를 접하면서 오늘같이 그 싱싱하던 나뭇잎이 낙옆이 되어, 이리저리 딩구는걸 보면서 사색에 잠기게 합니다.

그동안 반쪽이라고 여겼던 아내와 남편이 노년에는 전부가 됩니다. 자녀가 노후 보장책이던 시절에도 통했던, 효자 불여악처(孝子 不如惡妻)가 더 절실해 지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 통계를 보니 한쪽이 사별한 어르신이 함께 사시는 부부보다 많다는 것을 보았습니다. 노후에 함께 사는 것만으로도 서로가 감사해야 할 일입니다.

아내도 남편 없으면 세끼 밥 안 해도 되고 뒷수발할 일 없어 몸은 편하나 든든한 맛이 없어 허전하며 쓸쓸 합니다. 남편은 아내의 잔소리에 몸서리난다고 행복에 겨운 투정하지 말고 아내와 함께 살아감을 고마워해야 합니다. 등 가려울 때 스스럼없이 긁어주고 팔다리 저릴 때 애잔한 마음으로 주물러주는 조강지처가 있으면 큰 축복입니다.

다시 말해 부부가 함께 있으면 자식들에게도 든든하고 남 보기에도 행복해 보입니다.어쩌다 아내가 없는 날이면 식사도 간단히 하게 되고 밖에 나갔다 현관에 들어서면 허전하고 적막감이 들곤 하지요.
또 저녁마다 자리에 누우면 옆구리가 허전하고 애꿎은 천장이나 쳐다보며 공상하기 일수 입니다.
그 만큼 아내가 귀중함을 새삼 느껴봅니다.

젊었을 때 미쳐 철 없어 못다한 부부의 사랑을 흰머리가 된 지금, 마음속으로 정말 진솔하게 느껴 봅니다.
그러면서 가족과 이웃의 사랑도 함께 실천하는 노후의 인생을 아름답게 보내고 싶습니다.

이권헌 자문위원  webmaster@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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