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스위스는 많은 사람이 꼭 한번 가보고 싶은 나라로 꼽을 정도로 세계적인 관광대국이다. 그러나 부유한 오늘이 있기 전 스위스는 먹고 살기 위해 다른 나라로 용병을 보내야 했던 가난한 국가였다. 관광산업은 스위스가 가난에서 벗어나 부국의 자리에 오르는 발판이 됐다.
이번호에는 관광대국 스위스의 또 다른 매력을 품고 있는 루체른을 찾아간다. 또한 오스트리아 Eastern Styria 지방에 자리잡은 소규모 지자체인 블루마우(Blumau)에 건설된 아름다운 리조트 바트 블루마우를 찾아 세계적인 건축가의 친환경 건축을 통한 도시마케팅 성공 사례를 살펴본다.

△스위스 루체른 호수가에 자리잡은 '루체른 문화컨벤션센터(KKL)'

△루체른 콘서트홀은 내부 벽 방음시스템을 오케스트라 규모에 따라 음량을 조절할 수 있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공연장으로 손 꼽힌다.

루체른이 국제적인 문화도시로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1998년 문을 연 KKL이 큰 공을 세웠다. KKL은 잘 지은 문화시설 하나가 도시 이미지를 높이고 시의 문화적 수준을 향상시키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KKL에서는 매년 270여개의 이벤트가 열리고 특히 시카고 심포니, 뉴욕 필하모니가 정기적으로 연주회를 갖는다. 또한 유럽 각국의 주요 방송사가 주최하는 각종 시상식을 유치하기도 했다. 바젤 등 인근 도시와 프랑스 등지에서 각종 회의를 위해 KKL을 찾기도 한다.

KKL은 이 같은 공연 등을 개최해 관람객 수입만 2,400만 스위스프랑(약 287억)을 벌어들였다. 또한 T셔츠 판매, 레스토랑 및 스넥바 등의 서비스를 통해서도 120만 스위스프랑의 수익을 냈다.

자연과 함께한 예술작품 KKL

KKL은 그 자체로 예술작품이다. 물을 주제로 건설한 KKL은 호수가 천장에 반사되는 건물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자연을 KKL의 내부로 끌어온 것이다.

세계적 건축가 장 누벨(Jean Nouvel)은 애초에 호수 안에 공연장을 지어 배처럼 띄울 생각이었다. 그러나 당시 시의회와 루체른 시민들은 호안선(湖岸線) 변경을 금지한 도시계획법과 생태계 파괴 등 환경 문제를 들고 나왔다. 결국 누벨은 한발짝 후퇴해 호수가 바라보이는 유람선 선착장 옆으로 장소를 옮기며 유명한 말을 남긴다.

"내가 물에 들어갈 수 없다면 나에게 물이 흐르도록 하겠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건설된 KKL은 루체른 호수 수평선과 연장되어 있다. 길이 25m로 상하 58cm까지 움직이며 시속 200Km의 강풍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2,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루체른홀은 무대와 객석을 자유자재로 변형해 연극 등 각종 공연은 물론 세미나나 각종 모임도 사용할 수 있다. 1,84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콘서트홀은 내부 벽 방음시스템을 오케스트라 규모에 따라 음량을 조절할 수 있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공연장으로 손 꼽힌다.

KKL에서 안산문화예술의전당을 본다

KKL에서는 경제 발전이 문화 육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도로를 넓히고 건물을 보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술과 문화 사업에 투자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많은 곳을 알리기보다는 몇 개를 집중적으로 홍보하는 전략이 지역마케팅의 성공요인이라는 것을 루체른 KKL이 대변해주고 있다. 백화점처럼 늘어놓은 것은 결코 좋은 마케팅 전략이 아니라는 것을 루체른은 가르쳐준다.

공모를 통해 세계적인 건축가와 음향 컨설턴트를 끌어들이고, 매력적인 무화공간을 통해 다시 세계적인 음악가들을 불러 모으는 전략은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안산시에서도 한번쯤 연구해 볼 만한 전략이다.

◆건축가의 상상력으로 지역활성화 성공한 바트 블루마우

모든 건물은 각자의 개성이 있고 특색이 있다. 세계의 무수한 건축물 중에 직선 하나 없는 건물이라는 독특한 디자인과 기발한 상상력으로 마케팅에 성공한 곳이 있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2시간가량 떨어진 곳에 전형적인 농촌 마을인 블루마우.
이 곳에 세계적인 건축가 프리센슈라이히 훈더트 바서(Friedrich Hundertwasser, 1928~2000)가 ‘자연과 조화로운 삶’을 기치로 친환경리조트를 건설해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자연과 조화로운 삶'을 기치로 조성된 바트 블루마우 리조트.

그러나 건출기술가인 로그너(Rogner)와 바서에게 의뢰해 바트 블루마우를 설계하게 했고 이 곳을 온천관광지로 탈바꿈시켰다. 또한 대규모 건축물에 대해 부정적인 인근 주민들에게는 고용 등을 보장하며 끊임없이 설득했다.

그 결과 현재 330명의 지역주민이 바트 블루마우에 근무하고 있으며 바트 블루마우에서 소비되는 치즈ㆍ빵ㆍ소시지ㆍ우유 그리고 와인 등은 전부 인근 농가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사용해 주민들의 소득 증대에 막대하게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바트 블루마우 리조트 인근에는 민박과 음식점들이 성업중이다. 지역경제 선순환을 실현한 것이다.

△자연과 인생에는 직선이 없다는 철학을 반영한 바트 블루마우

바트 블루마우는 아마존 우림을 보호하기 위해 WWF(세계 자연 보호 기금)에 숙박비중 0.6유로를 기탁한다. 현재 이 돈으로 아마존 우림을 최소 축구장만큼 보호할 수 있다고 한다.

2,400여개의 창문은 똑같은 모양이 없고 건물외부는 물론 복도와 방도 모두 곡선으로 처리해 똑같은 구조가 없다는게 바트 블루마우의 또 하나의 특징이다.

‘신은 직선을 모른다. 즉 자연에는 직선이 없다’라는 소신을 가지고 자연보호, 반핵운동, 유럽연합가입 반대운동 등 적극적인 사회활동을 펼친 훈더트 바서가 만들어낸 바트 블루마우 리조트.

바트 블루마우 온천 건물은 한 사람의 예술가가 만들어낸 상상력의 산물이 한 마을과 주민, 관광객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가장 극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김형욱 기자  hyung@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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