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일초등학교 청소부 김금자씨.

선일 초등학교 청소부 김금자씨는 얼마 전 이 학교 교직원들이 주는 감사패를 받았다.

지난 5년간 학교를 잘 가꿔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 금자씨는 2006년부터 선일초등학교 청소부로 일하며 학교 구석구석을 내 집안처럼 살뜰히 챙겨 학생들은 물론 교직원들로부터 칭찬을 받아왔다.

특히 금자씨의 실력이 발휘되는 곳은 화장실. 남들은 더럽다고 피하는 이 일에 금자씨는 정성을 다해 닦고 쓸기를 반복해 가정집 거실보다 더 깨끗하게 만들었다.

“할 일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데 더럽다고 게을리 할 수 있겠어요?”

금자씨를 따라 들어간 화장실은 바닥에 물기하나, 냄새하나 없이 깨끗하다. 더운 여름이면 시원한 화장실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된단다.

“더럽다고 화장실 바닥에 앉지 말라고 해도 아이들은 오히려 ‘저희는 아줌마 믿어요’라고 말하니까 걸레질이라도 한 번 더 하게 된다”며 소박한 미소를 짓는 금자씨.

그녀에게 이 학교 학생들은 아들 딸이나 마찬가지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두 아이가 이 학교를 졸업했기 때문이다.

△ 학교를 떠나는 김금자씨(사진 왼쪽)에게 선일초 장명순 교장이 감사패를 전달하고 있다.

“아이들 아빠가 둘째 아이 세 살 때 돌아가셨다. 전자제품 조립 공장에서 일했는데 IMF가 터지니까 제일 먼저 해고 되더라구요. 두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막막했다”며 금자씨는 가슴속에 담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실직한 후 금자씨는 무슨 일이든 닥치는 대로 했다. 음식점 주방에서도 일하고 옷 수선 기술을 배워 수선집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러나 자영업이 그녀의 맘처럼 쉽지 않아 일년만에 접어야 했다. 그러다가 마지막 희망을 안고 찾아간 곳이 안산지역자활센터.

안산지역자활센터는 저소득 주민들에게 필요한 교육활동, 정보제공과 함께 일자리를 제공하는 시 위탁단체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마침 찾아갔을 때 청소사업단에 딱 한자리가 남아 있더라구요. 다행히 집과 가까운 선일 초등학교로 배정받아 5년째 이곳에서 청소를 하고 있다”고 한다.

혹시 학교 청소를 한다면 아이들이 상처 받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오히려 아이들이 그녀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주었다.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하는 엄마가 좋다”며 그녀를 격려해 주고 틈틈이 친구들과 함께 학교에 놀러와 청소일을 돕기도 했다.

선일초 장명순 교장은 “이 분은 청소만 하시는게 아니에요. 넓은 학교를 혼자서 청소하시는데 화분도 잘 가꾸시고 정리정돈까지 깔끔하게 해 주시니 학생들 뿐만 아니라 선생님들까지 다 좋아하신다”라고 칭찬한다.

하지만 김금자씨는 5년간 정들었던 학교를 내년 2월이면 떠나야 한다. 몸을 사리지 않고 청소를 하느라 섬유근육증이라는 병을 얻었기 때문이다. 의사는 당분간 무리하지 말고 쉴 것을 권했다.

다행히 아이들은 자라 큰 딸은 얼마 전 결혼을 했고 아들은 곧 입영을 앞두고 있어 잠시 몸을 추스르기 위해 휴직을 결정했다.

“아직까지 형편이 나아진 건 아니지만 지금 건강을 잃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잠시 쉬기로 했다”는 그녀.

떠나는 사람보다 보내는 학교 식구들이 더 아쉬워 한다. 학교는 유래없이 청소부인 그녀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다음 기회가 되면 반드시 다시 와 달라고 당부를 잊지 않는다.

“선일초등학교는 나에게 직장이 아니라 바로 내 집이었다. 특히 저학년 엄마들이 ‘아줌마 덕분에 아이가 학교에 빨리 적응 할 수 있었다’라는 말을 들을 때가 가장 보람있었다”는 김금자씨. 묵묵히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그녀야말로 세상을 밝게 비추는 등불이 아닐까?

하혜경 기자  sekami03@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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