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孟子)의 어머니, 신사임당을 거쳐 현대판 강남 엄마까지. 내 아이를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불사하던 어머니의 모습에 소리 없이 반기를 드는 엄마들이 있다. 처음엔 내 아이만을 위해서 시작한 일이 ‘내 아이만 잘 가르친다고 해서 아이가 잘 자라는 것이 아니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은 후 이웃의 소외받는 아이들의 손을 잡아주는 이 사람들.

안산 동화 읽는 어른모임(회장 박옥선 이하 안동모) 회원들이 바로 그들이다.

1997년 문화센터에서 자녀교육 강의를 듣던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안동모에는 현재 50여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매주 모임을 갖고 부서별 독서토론회와 강사 초청 강연을 진행한다.

또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책도 읽어준다. 이들이 찾아가는 곳은 공공도서관 ,지역아동센터, 복지관, 다문화 센터, 학교 내 장애학급까지 다양하다. 뿐만 아니다. 매년 그림자 인형극을 만들어 이야기를 원하는 곳이면 인형과 등사기를 들고 찾아가 재미난 그림자 인형극도 무대에 올린다.

공부하고 책 읽고 토론하고 그것도 모자라 연극까지 그야말로 동화 읽는 엄마들의 재능은 만능에 가깝다.

“처음엔 내 아이가 책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자연스럽게 세상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갖게 만들고 싶어서 시작했다. 하지만 하다 보니 말로만 떠드는 엄마 대신 실천하는 모습을 보이자는 의견이 많아 책과 관련한 봉사활동도 함께 진행한다”는 박옥선 회장.

안동모 회원들은 경수중학교와 성포고등학교에서 진행하는 장애반 책읽어 주기 활동이 가장 보람있다고 입을 모은다.

안동모 이영희 회원은 “처음엔 이 아이들에게 뭘 해줄 수 있을까 걱정이었다. 지적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모인 반인데 학기 초부터 책을 읽어 주다 보니 학기 말이 되자 아이들의 변화가 눈에 띄게 나타났다. 처음엔 책에 관심도 없던 친구들이 읽은 책 이야기를 하고 주변에 관심을 나타내며 고마움을 표시하는데 정말 뭉클했다”고 말했다.

안동모 회원들이 책 읽어 주기 봉사에 열심인 것도 책이 주는 즐거움 속으로 아이들을 쉽게 이끌기 위해서다. 안동모는 3년 전 부터는 회원 자녀들을 중심으로 ‘함께하는 리더’를 양성해 아이들이 스스로 책읽기 봉사활동에 참여하도록 돕고 있다.

△ '함께하는 리더' 양성과정인  청소년 도서관 문화학교를 진행한 '안동모'회원들.

쉬는 토요일 공공도서관에서 책 읽어주는 청소년들이 바로 ‘함께하는 리더’들이다. 안동모의 청소년 책읽기 과정은 전국에서 최초로 개설된 프로그램으로 다른 지역에서도 안동모를 따라 청소년 책읽기 강사를 키우고 있다.

안산자원봉사센터와 함께 각 학교에서 지원자들을 모집 청소년 도서관 문화학교를 진행한 후 자원하는 학생에 한해 직접 도서관과 복지관에서 책을 읽어주는 ‘함께하는 리더’로 성장한다.

이런 활동을 인정받아 안동모는 지난해 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 주는 최고상인 ‘책도리상’을 수상했고 지난 8월엔 보건복지부가 수여하는 ‘재능나눔상’을 받았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뒷모습을 보고 배운다’라는 말이 있듯이 엄마의 봉사활동을 묵묵히 따라주는 아이들이 있어 활동이 힘들어도 계속하게 된다”는 안동모 회원들.이 사람들에게 ‘가정주부’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사회의 아픔을 엄마의 따스한 가슴으로 보듬는 이들에게는 ‘사회주부’라는 단어가 더 어울린다.

하혜경 기자  sekami03@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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