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워요. 대단한 일도 아닌데…”라며 수줍게 등장한 양기홍 씨(24․원곡동 거주)는 요즘 보기드문 정의로운 청년이다. 지난달 금정역에서 다툼을 벌이던 한 사람이 상대방을 주먹으로 치고 달아나는 것을 붙잡아 경찰에 신고했고 몇 년 전에는 철로에 떨어진 여성을 구조하는 등 불의에 당당히 맞서는 그의 행동이 알려지면서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유난히 수줍어하는 그를 불러 인터뷰를 진행했다. 본인은 정작 별일 아니라며 손사레를 치지만 이웃의 일에 점점 무심해 지는 이 사회에 그와 같은 청년이 있다는 것은 반갑고 또 격려 해야만 하는 일이기에 아르바이트로 바쁜 그를 만나 정의롭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건은 한 달 전쯤 지하철 4호선에서 일어났다. “두 아주머니가 지하철에서 계속 다투시는 거에요. 사람들이 시끄럽다고 말려도 소용이 없고 저도 이러지 마시라고 말렸는데 소용이 없었죠”라며 그날 일을 설명했다.

그러다 금정역 문이 열릴 즈음 한 아주머니가 상대방 얼굴을 때리고 바로 도망을 가고 순간적으로 양씨가 그 사람의 옷을 잡았다. 얼굴을 맞은 사람은 코피가 쏟아지고 양씨는 도망가는 가해자를 붙잡아 피해자와 함께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싸움을 말린 죄밖에 없는 양씨를 가해자가 오히려 양씨가 자신을 때렸다며 억지를 부리기 시작해 자칫하면 양씨가 가해자로 몰리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서너번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어요. 다행히 다른 증인이 있어서 누명은 벗었지만 경찰이 다시는 싸움을 봐도 말리지 말라는 소리에 ‘이건 아닌데’하는 생각이 들었어요”며 쓴 미소를 지어보였다.

하지만 양씨는 “만약 같은 상황이 다시 발생해도 아마 똑 같이 행동했을 것 같아요. 모르는 사람에게 얼굴을 맞은 그 사람은 얼마나 억울하겠어요. 그 자리에 같이 있었는데 어떻게 가만 있겠느냐”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렇게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양씨는 친구들 사이에 ‘오지랖 넓은 친구’로 통한다. 그러나 그는 오지랖 넓은 성격 때문에 생명을 살린 일도 있다며 자랑스럽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군대가기 전이었어요. 그곳도 금정역이었는데 지하철 난간에 서있던 아주머니가 갑자기 정신을 잃고 철로 아래로 떨어지는 거에요. 깜짝 놀랐죠. 그런데 정신을 차려보니까 내가 철로 아래에 내려가 있더라구요. 그분을 부축해서 철로위로 올려드렸다”며 “다행히 열차가 들어오지 않아서 살아있다”며 활짝 웃는다.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돕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요? 제가 이상한 건가요?”라며 쑥스러운 웃음을 웃는 그는 “언젠가 강도를 잡아보는 것이 소원”이라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안산에서 태어나 관산초등학교와 선부중 경일고등학교를 졸업한 양씨는 현재 단국대 체육학과에 재학중이다. 한때는 경호원을 꿈꾸기도 했지만 지금은 은행취업을 목표로 취업 준비중이다. 등록금 마련하랴 취업 준비하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양씨의 모습에서 반듯한 우리의 미래까지 엿볼 수 있었다.

하혜경 기자  sekami03@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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