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뉴스를 통해 아파트 층간 소음문제로 인해 주민간 다툼이 끊이진 않는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 소식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졌던 건 이 문제가 단순히 주민 서로간의 ‘배려’와 ‘이해’만으로 결코 해결될 수 없다는데 있다.

전쟁 아닌 전쟁을 치러야만 하는 주민들, 더 이상 아파트에 살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주민들이 살고 싶은 공간은 어떤 곳일까? 단지 이웃간에 다툼만 없으면 되는 ‘나의 공간, 우리가족만의 공간’만 있으면 과연 행복하다 말할 수 있을까?

여기, 조금 다르게 사는 사람들이 있다. ‘마을’이라는 공간에서 신나게 삶을 “함께” 꾸려가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있는 작은 산인 성미산 자락에 터잡고 있는 성미산 마을 사람들이다.

이 마을 사람들은 ‘내 새끼 나 혼자 잘 키우기’가 아니라 ‘우리새끼 우리가 함께 잘 키우자’라는 생각으로 모여 <공동육아>를 시작하고, ‘취학 전’부터 초중고까지 교육적으로 일관된 원칙과 방침으로 아이를 돌보기 위해 성미산학교를 함께 만들기도 한다.

마을에서 함께 살던 사람들이 이사 가는게 싫었던 사람들은 새로운 관계의 끈을 만들기 위해 생활협동조합인 <마포생협>을 만들어 먹을거리조차 함께 나눈다. 좋은 재료로 좋은 반찬을 만들어 함께 나눠먹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마음에서 시작된 <동네부엌>.

아이들은 참새가 방앗간을 들르듯 동네부엌에 들러 부모들이 이곳에 적립해 놓은 돈으로 떡꼬치나 옥수수, 찐고구마, 샌드위치 등 간식을 먹고, 혼자 살림을 하는 남자들도 동네부엌의 단골이 되고, 몸이 아픈 분들도 건강한 먹을거리가 있는 동네부엌을 찾는다.

동네부엌만으로 아쉬웠던 마을 사람들은 마을 기업인 마을밥상까지 만들었다. 성미산 마을 투어를 하는 마을 밖 손님들은 <성미산 밥상> 식당을 이용하면서 조금이나마 성미산 마을을 느끼게 된다.

아이들이 뛰어놀고 마을 주민들이 산책하는 공간인 성미산이 배수지 건설을 이유로 헐린다는 얘기에, 산속에 밤샘 텐트를 치고 교대로 잠을 자면서 이를 지켜내기 위해 함께 싸우는 사람들. 골목의 차를 통제하고서 고무줄놀이, 딱지치기, 공기놀이, 술래잡기, 통주머니, 말뚝박이 등 전래놀이들을 아이와 어른 할 것 없이 뒤섞여 하루종일 마을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 시민단체와의 연계를 통해 마을 극장을 만들고,  그 공간에서 직접 연극도 하고 각종 공연을 진행하면서 생활을 나누는 사람들.

이 사람들은 말한다. “아이들에게 고향을 만들어 주고 싶었어요. 살기 좋은 곳만을 의미하는게 아닌 우리들만의 추억이 있는 곳, 오랫동안 함께 기억할 수 있는 공간, 그것이 고향이라고 생각했어요”

우리들이 마음속에  꿈꾸고 있는 마을이 여기에 있다

김미정 감골도서관 열람계장  sekami03@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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