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하 변호사 안산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지난 9월 한전의 단전사태로 인해 수조원의 순이익을 내는 기업에까지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요금으로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일단 경제가 성장해야만 기업의 부가 낙수효과(trickle down effect)에 의해 서민층까지 흘러넘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낙수효과는 없었다.

청년실업으로 젊은이들은 88만원 세대가 되었다. 빈부격차는 참여정부보다 더 심해졌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적으로 모범적인 복지국가를 이룩한 스웨덴은 1차대전후 대공황의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비그포르스 등 사회민주당 지도세력은 성장을 추구하면서도 보편적 복지제도를 채택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의 반발이 심했지만 투자를 외국에 하겠다거나 기업을 외국으로 옮기겠다는 등의 협박에 굴복하지 않았다.

1%의 기득권 세력이 아니라 99% 서민을 위한 정책을 밀고 나갔다. 그 결과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 장기집권에 성공했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발생하자, 세계경제위기로 인해 원자재가격이 급등하였다. 대기업은 원가절감을 이유로 하청업체에 납품단가 후려치기, 계열사에 물량몰아주기 등을 통해 중소기업이 누려야 할 적정이윤까지도 가로채갔다.

대형유통업체들은 과다경쟁으로 개점이 한계상황에 다다르자, 직영 내지 체인점형태로 규모가 적은형태의 기업형 슈퍼마켓(SSM ; super supermarket)을 통해 활로를 찾아 골목상권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생존에 위협을 느낀 중소기업들의 저항에 하도급법을 개정하여 급격한 납품단가변동의 경우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였다. 유통법은 전통상업보존구역의 1km 이내에 SSM을 개설할 경우에 등록을 제한하거나 조건을 부과할 수 있도록 개정하였다. 상생법 역시 사업조정제도에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근거를 도입하였다. 그러나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힘들게 도입한 제도들이 한미 FTA으로 인해 무용지물이 될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중소유통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유통법, 상생법 등의 제도는 지역적 소구분에 기초한 수요심사를 통한 서비스 공급자 수의 제한에 해당하여 한미FTA 12.4조 시장접근보장의무에 위배될 소지가 있지만 한미 FTA의 현행유보조항(한미 FTA의 부속서I) 내지 미래유보조항(부속서II)에 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한미 FTA 서명이후에 SSM 규제에 관한 유통법과 상생법의 규제조치가 도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유보목록에 유통법, 상생법 등의 제도를 명기하지 않았다. 대형유통업에 진출한 미국의 투자자가 유통법 등에 의해 SSM을 개설할 수 없게 되어 손해를 입었다면 간접수용에 해당할 수 있다.

간접수용이란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미국 투자자의 투자가치가 삭감되거나 합리적 기대수익을 저해하여 통상적 수준을 넘어 특별한 희생을 요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 경우 미국 투자자가 국제분쟁조정센터(ICSID : International Center for the Settlement of International Disputes)로 제소하면 한국 정부는 무조건 그 제소에 응해야 한다.

국제분쟁조정센터는 세계은행 산하에 있는 기구로 미국의 주도하에 설치 운영되고 있다. ISD 통계자료에 의하면 미국투자자가 외국정부를 상대로 108건을 제소하여 승소 15건, 합의 18건이고, 패소한 경우는 22건으로 승소율이 더 높다. 그러나 미국정부가 피소된 경우는 총 6건에 불과했다. 그것도 미국 정부가 전부 승소했다.

FTA를 옹호하는 자들은 수용에 해당하더라도 첫째 공공적인 목적이 있고, 둘째 비차별적인 방식으로, 셋째 신속하고 적절한 효과적인 보상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지불한다면 필요한 규제정책을 할 수 있으므로 별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은 간접수용을 넓은 범위에서 인정하고 있다. 우리 대법원이 간접수용법리를 인정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 판단하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정부는 중소기업을 위한 보호정책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미국 투자자에게 보상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채택하기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한미 FTA로 인하여 지금까지의 중소기업을 위한 제도적 노력을 한방에 날려 보낼 가능성도 있다. 한미 FTA는 MB정부 기업 프렌드리 정책의 완결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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