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만일 모든 정당들이 같은 방향만 바라본다면, 여러 정당이 존재할 이유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같은 개혁을 놓고도 다양한 지향점이 있다는 것은 오히려 바람직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런 전략과 관점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여야 할 것 없이 변하지 않는 ‘구태’가 눈에 띕니다. 이 ‘구태’라는 점에서는 여야 할 것 없이 모두 ‘개혁’의 대상인 셈입니다.

일단 여당의 경우, 현재 비상대책위원회가 전권을 쥐고 당의 전반적인 개혁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크고 작은 잡음들이 그치지 않지만, ‘개혁’의 특성상 불만과 잡음이 없을 수는 없기에, 그런 잡음들 자체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개혁이 추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평온하고 조용하다면, 그 개혁은 무엇인가 잘못된 것이라고까지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당의 개혁에 대하여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습니다. 비록 최근 해체선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사자들이 여전히 당내의 영향력 있는 존재라는 의미에서) 여전히 실재하는 소위 ‘친박’계파가 기존의 ‘친이’계파를 몰아내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입니다.

비상대책위원들의 자격논란은 차치하고라도, 비대위의 개혁방안들이 상당히 충격적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계파별로 손익계산이 분주하고, 그 결과에 따라 각종 음모론이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특히 총선 공천과 관련하여, 비대위의 개혁방안과 각 계파 및 지역구의 정서가 매끄러운 관계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결국 여당 비대위의 ‘개혁’ 작업이 성공하느냐, 마느냐는 단순히 개혁의 ‘참신성, 과단성’에만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현실의 개혁이 ‘과거’의 덫에서 확실하게 빠져나오지 않는 한, 개혁의 미래는 상당히 암울할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과거로부터 자유하지 않는 한, 설사 ‘재창당’을 한들, 간판만 바뀌고 ‘그 나물에 그 밥’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한편 야당들의 경우 현재‘통합’이라는 모토 아래 흩어졌던 각 계파들이 연합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향은 최근 대통합을 이룬 야당들의 이름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바로 민주당, 시민통합당, 한국노총이 연합하여 만든 ‘민주통합당’과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진보신당의 일부가 연합하여 만든 ‘통합진보당’입니다.

그리고 이 양대 ‘통합’당은 이번 총선에서 연합공천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어서, 총선에서 ‘통합연대’까지 이룰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야당의 ‘개혁’이란 ‘통합’과도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것은 그 ‘통합’의 개념이 정말 이 국가를 ‘하나’로 만드는 통합인가, 아니면 ‘그들만의 통합’, 즉 실제로는 또 다른 ‘편가르기’인가입니다. 기존의 개혁 또는 진보 세력이 흔히 빠지는 함정 중에 하나가 바로 ‘흑백논리적 편가르기’입니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최근 ‘통합’한 한 야당은 대놓고 현정권에 받은 대로 되갚아 주겠다며 벼른다고 합니다.

정당들이 자신이 가진 특정 가치관과 이상을 관철시키고 실현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대립되는 가치관을 비판하고,불가피하다면 기존의 가치관과 이념을 몰아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조선시대의 신분제도 철폐 같은 것입니다. 하지만, 국민을 이간시키고 서로 적대시하게 만드는 정파는 자신뿐만 아니라 국가까지 위태롭게 만듭니다. 자신과 다른 가치관이나 이념을 가진 사람들에 대하여 자신의 관점에서 비판은 할 수 있을지언정, 그들 또한 국민으로서의 정당한 권익을 누릴 존재라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됩니다.

진보 정당들이 ‘일부’ 국민들의 권익만을 대변하고 옹호한다면, ‘보수’ 정당들이 (진보 정당들의 표현대로라면) ‘기득권층’만을 대변하는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어차피 ‘일부’를 대변하는 것은 마찬가지 아닙니까? 진정한 ‘통합’을 원한다면, 자신의 정치적 색깔은 분명히 하되 ‘다른’사람들도 ‘기쁘게’ 참여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야 합니다.

정말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정치가 과거의 덫에 걸려 끊임없이 보복과 재보복의 혈투에 휘말리는 것이 아닙니다.그리고 국민들의 ‘일부’만 행복한 것도 아닙니다. 자신이 좀 ‘덜 더럽다’고 좀 ‘많이 더러운’ 사람을 비난해 보았자 무슨 도덕적 우위를 얻을 수 있겠습니까? 흑백논리의정치는 점점 국민의 환멸을 살 뿐입니다.

모든 국민이 ‘함께’행복하게 미래를 향하여 나아가도록 도와주는 정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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