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박 시장은 새로운 뉴타운 계획을 발표하며,“재개발 40년 역사는 물론이고 투기광풍으로 뒤덮였던 10년역사를 끝내는 날”이라며,“서울시와 정치권, 정부, 건설사 모두 시민에게 뉴타운의 오류를 사과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박 시장의 발표에 따라,앞으로 서울시에서는 대규모 재개발사업이 전면 중단되고, 기존의 거주지를 보완하는 수준의 사업만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언론에 따르면, 서울시에는 현재 35개뉴타운의 370개 세부개발구역을 포함해 모두 1,300곳의 재개발사업지가 남아있고, 이들 지역엔 사업단위별로 500∼5,000채 규모의 신규주택건설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 중 610곳은 뉴타운 정비사업구역 사업시행인가 이전단계이고, 293곳은 재개발 조합이나 추진위가 이미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재개발 구역들에 대하여 박 시장의 구상이 제대로 실현되려면, 막대한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이미 각 지역들마다 많게는 수백 억원 단위의 자금이 투입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미 투자된 자금 자체가 재개발 사업의 향후계획을 좌우해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앞으로 추진될 재개발 사업에서 긍정적인 효과보다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면, 이미 어느 정도의 자금이 투자되었든 간에 재개발 사업을 중단하는 것이 순리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재개발 사업에 대해서는 더 정밀한 경제 및 환경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런 최근의 정책 변화들을 보며, 우리가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할 대목이 있습니다. 바로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의 역사가 단절보다는 일관성을 유지할 것인가’하는 문제입니다.

현재 총선 및 대선 후보자들의 주장에서도 드러나듯이, 여야를 불문하고 대다수의 ‘개혁적인 인물’들은 이전의 정책과 이념들에 대하여 ‘온고지신(溫故知新)’의 태도를 갖추기보다 ‘과거청산’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합니다. 물론 그나마 자기 당내의 전통에 대해서는 비교적 관대한 태도를 갖지만, 경쟁상대의 과거업적에 대해서는 ‘깡그리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기 일쑤입니다.

특히 입장이 전혀 다른 정당들이 정권교체를 할 경우, 과거의 정권에 대하여 ‘전면부정’하기 일쑤입니다. 이런 현상은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예를 들면, 현정부가 출범할 때에도 유행했던 표현이 ‘잃어버린 10년’이었습니다. 색깔론은 차치하고라도, 과거의 역사를 ‘잃어버렸다’라고 표현하면 그 시대를 산 사람들은 무엇이 됩니까? 모두 ‘역사의 미아’가 되고 마는 것 아닙니까? 특히 그 시대에 각 분야에서 두각을 보였던 인물들은 꼼짝없이 ‘어용 기회주의자’가 되는 것 아닙니까? 물론 현정부 이전의 정권들도 정권을 잡았을 때 유사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리고 박 시장의 말에도 그런 면모가 엿보입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과거를 전면부정하게 되면, 과거를 통해 ‘배우고’, 과거의 훌륭한 유산을 ‘계승’하는 ‘온고지신’은 불가능해집니다. 새집권정당에게 남은 가능성은 무조건 과거 정권과는 반대로 가는 ‘청개구리식’ 또는 ‘역주행식’ 정책을 펴는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에 대하여 정당한 평가를 하기보다는, 과거와 ‘관계단절’하는 데 급급한 정권 그리고 그 정권이 펼치는 정책들은 결국 대한민국의 ‘일관성’보다는 ‘역사단절’만 초래하게 됩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핵심 정책들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어 버리면, 정부와 법질서의 신뢰성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겠습니까? 해외 투자자들과 동맹국들은 무엇을 믿고 우리나라와 손을 잡겠습니까?

물론 제 말은 과거의 정책과 이념을 무조건 고수해야 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최소한 옥석은 가려야 한다는 뜻입니다. 무엇을 버려야 할지, 그리고 무엇을 지켜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정권을 잡은 소수의 사람들이 ‘안 되면 말고’식으로 정책을 밀어붙여서는 안 됩니다.

이상적으로는 과거 정권의 사람이라도 훌륭한 인재들은 재등용할 수 있는 포용력도 있어야 합니다. 비록 자신의 기존 주장과는 맞지 않더라도현실성과 이점이 분명하다면, 상대방의 정책도 과감히 수용 또는 계승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신의 입장, 이념, 당색이 어떠하든 간에, 우리는 모두 ‘대한민국 국민’이 아닙니까?

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webmaster@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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