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곡초등학교 이영수 교장이 테니스반 이호성군의 손을 잡고 좌우명을 쓰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원곡초등학교(교장 이영수). 전체 학생 중 34%가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인데다 저소득층가정 자녀들의 비율도 높아 생활지도가 만만치 않은 학교다. 이 학교 이영수 교장이 학교 생활 부적응 아이들을 모아 아침마다 서예를 지도해 화제다.

이영수 교장이 서예지도를 시작한 것은 수업일 수가 부족해 졸업이 어려웠던 한 제자 때문이었다.

지난해 2학기 시작 무렵 6학년 졸업을 앞둔 철수(가명)는 7일만 더 결석을 하면 졸업을 못하는 학생이었다. 철수의 엄마는 가출했고 아버지는 알콜중독으로 가정을 포기했다. 철수네 형제들은 외할머니와 함께 살았는데 철수는 걸핏하면 중학생인 형이랑 놀러 다니느라 결석을 밥 먹듯이 했기 때문이다.

이 교장은 안타까운 마음에 철수의 집에 찾아 가 상담을 했지만 철수는 오히려 ‘왜 학교에 나가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등교를 거부한 것.

철수를 만난 이 교장은 “이대로 ‘이 아이를 포기해야 하나’ 싶었다. 아무리 교육자지만 그 아이의 현실을 바꿔 줄 수는 없었기 때문에 뭐라 할 말이 없었다”며 “그 때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네가 학교에 오면 선생님과 한 시간씩 붓글씨를 같이 쓰자’ 고 약속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다행히 철수는 서예를 좋아한 것인지 교장선생님과의 시간을 좋아한 것인지 꼬박꼬박 학교에 나오기 시작했다. 이 교장은 철수뿐만 아니라 학교생활 부적응 학생들을 모아 아예 서예반을 아침시간에 운영했다.
친구들이 등교하기 전 8시쯤 전망 좋은 교실에서 교장선생님이 지도하는 특별반이 운영됐다.

아이들은 눈에 띄게 차분해졌다. “글을 쓰면 생각이 많아져요. 하얀 종이에 까만 먹물로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 가다보면 마음도 가라앉고 생각이 깊어지는 것 같아 아이들의 변화가 느껴진다”는 이영수 교장.

교장선생님이 나서서 부적응 학생들을 지도하자 교사들의 태도도 달라졌다. 한 명 한 명 생활지도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다행히 철수는 지난 14일 무사히 학교를 졸업하고 인근 중학교에 진학했다.

봄 방학을 맞은 이영수 교장은 방학 중에도 학교에서 지내야 하는 종일돌봄반 학생들과 테니스반 학생들을 모아놓고 좌우명 쓰기 시간을 가졌다.

‘끝까지 최선을’이라는 좌우명을 교장선생님과 함께 쓴 이호성군(5학년)은 “교장선생님과 손을 잡고 글을 써서 그런지 너무 떨렸는데 좋았다”며 소감을 말했다. 연필 글씨도 서툰 아이들이 교장선생님과 손을 잡고 한 글자 한 글자 자신의 좌우명을 쓰 내려가는 모습에서 묵향보다 짙은 제자 사랑이 느껴진다.

하혜경 기자  sekami03@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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