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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리핀 소녀를 치료중인 박누가 선생님을 돕고 있는 김경모학생. | ||
2011년 12월 19일 한국을 떠나 필리핀 마닐라 공항에 도착했을 때 마중 나오신 원장님은 나를 무척 반갑게 맞아 주셨고, “보고 싶었어요” 라고 말씀 드리자 와락 안아주셨다.
내가 도착한 때는 원장님이 KBS 에서 방영 예정인 인간극장 촬영 중이셨다. 그날부터 사실상 나도 고생이 시작된 셈이다.
한국에서 편안하게 생활하던 내가 갑자기 더운 나라인 필리핀에 그것도 부모님도 없이 홀로 와서 말로만 듣던 봉사를 해보겠다는 큰 맘을 먹고 도착한 선교병원의 한 병실은 한 달이 넘게 생활하게 된 나의 보금자리가 되었다.
12월, 1월인데도 왜 이리도 더운지… 제대로 된 밥은 먹어 본지 이미 오래다. 눈만 뜨면 바빠지는 병원 내부… 간호사 누나 한 명 없고, 도와주시는 사무장님과 원장님 병원 일을 해주는 도우미 라피, 그리고 나 이렇게 남자들만 생활하는 선교병원은 돈이 없는 가난한 원주민 환자들이 아침, 저녁, 새벽 구별 없이 아무 때나 왔다. 하지만 원장님은 언제나 반갑게 맞아주셨다. 이럴 때면 나도 함께 원장님 곁을 항상 같이 했다.
그리곤 거의 새벽에 의료기구를 몽땅 챙겨서 우리말로 원장님의 “똥차”에다 가득 실어서 6시간에 거쳐 오지마을로 의료봉사를 떠났다. 나도 원장님과 함께 생활하다 보니 마치 작은 의사가 된 기분도 들었다. 체온재기. 환자 안내하기 간단한 연고 발라주기, 아픈 아기 달래주기 등 ..영어를 할 수 있다는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필리핀 사람들은 영어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마닐라 빈민가에서 원장님은 한국에서 보내주신 헌 옷들과 신발들을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셨고, 나는 한국에서 미리 준비해간 색연필, 공책, 지우개 등 학용품을 나누어 주었다. 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양 이여서 무척 안타까웠다. 그리고 한국 제품이 품질이 좋다고 소문이 나 있었기 때문에 어린 나한테 어른들까지도 손을 내밀었을 땐 정말 가슴이 아팠다.
나에게 색연필을 받은 신발도 신지 않은 내 또래의 아이는 내 볼에 뽀뽀를 해 주며 제임스딘을 닮았다며 “제임스” 라고 하면서 계속 내 옆을 졸졸 따라 다녔다. 난 기분이 좋기도 했지만 가슴이 아픈 하루였다.
같은 지구상에 이렇게 다른 세상이 있을 줄이야……. 하루 하루 매일 이렇게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원장님은 빈민가, 오지마을을 돌아다니시며 의료봉사며, 옷들도 주시고 빵이며 먹을 것도 나누어 주셨다.
그런 원장님을 옆에서 지켜보는 나는 그 동안의 내 모습에 한없이 부끄러웠고, 느낀 것도 많았다. 박누가 원장님은 많이 아프시다. 암 수술도 몇 번 받으셔서 몸은 많이 마르셨고, 식사는 적게 드시는데도 소화를 잘 못시킨다. 또 당뇨가 있어서 제 때에 식사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항상 다른 환자를 치료하시느라 식사도 못하신다.
그럴 때면 너무 안타까워서 눈물이 날 지경도 있었다. 내가 빨리 어른이 되어서 더 많은 도움이 되어 드리고 싶었다. 원장님은 항상 나에게 사랑한다고 말씀하셨다. 아니 모든 사람들을 사랑하시는 것 같았다.
어느 날부터인지 원장님은 너무 유명해지셨다. 방송으로 원장님 사정이 알려진 것이라고 했다.
한국에서부터 시작에서, 미국, 홍콩, 캐나다에서도 후원해주겠다는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나도 전화를 받았을 땐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에 또 한번 감격했다. 그리고 그 동안 힘들게 느껴졌던 일들이 모두 사라지고 내 몸에 힘이 불어 넣어 지는걸 느꼈다.
원장님은 봉사를 봉사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하셨다. 즐기면서 하라고 하시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하면 꾸준히 할 수 있다라고 내게 말씀해 주신 게 이 글을 쓰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필리핀을 떠나오는 날 원장님은 “경모는 꼭 훌륭한 사람이 되어라” 라고 말씀하셨다.
난 생각했다. 마음이 훌륭한 사람이 되어서 모든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김경모가 될 거라고 말이다. 이런 경험과 나를 정신적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해 주신 필리핀에 계신 박누가 원장님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또한 원장님 “아픈 만큼 사랑한다” 책 발간 된 것도 진심으로 축하 드리구요. 사랑합니다.
하혜경 기자 sekami03@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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