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강렬한 프롤로그는 본 적이 없다. 처음부터 가슴을 탁 친 후, 내내 어찌할 바를 모르게 하더니, 청춘들의 열애사로 끝맺었다. 성장통에 몸부리치는 그 모습, 그자체로  눈부시게 빛나는 청춘들의 열애사. 바로 주인공 아름이의 아버지, 어머니 이야기다.

아름이가 써서 남긴 아버지, 어머니 이야기다. 아름인 아버지, 어머니를 통해 자기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 건 아닐까. 모든 존재하는 것.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이야기 하고자 한 건 아닐까.

한아름. 나이 17살. 신체 나이 80살. 조로증에 걸려 평생 이런저런 병마들과 투쟁하며, 한 시간을 하루같이. 하루를 일 년같이 생명을 버텨내고 있는 청소년이다.

평범한 17살이라면 절대로 알지도, 느끼지도, 깨닫지도 못했을 우리 존재들에 대한 무수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것은 눈(雪) 저것은 밤(夜), 저쪽엔 나무, 발밑엔 땅, 당신은 당신.... 그런 것들의 이름을 안다는 것이 왜 놀라운 일인가?

어머니의 눈물은 왜 나를 가치 있는 존재로 느끼게 할까? 사람이 누군가를 위해 슬퍼할 수 있다는 건 왜 기쁜 일일까? 건강에 무지한 건강, 청춘에 무지한 청춘이 가진 축복은 무엇인가? 육체적 고통은 왜 철저히 혼자라고 느끼게 만드는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도망치려 하는 것이 왜 진짜 사랑일까?

자식은 왜 아무리 늙어도 자식의 얼굴을 가질까? 젊음이가 상상하는 늙음이란 대체 어떤 것일까? 부모에게 자식을 놓고 선택하라고 하는 건 왜 잘못된 질문일까? 부모는 왜 아무리 어려도 부모의 얼굴을 가질까? 바람과 나무, 계절의 색, 큰어른나무와 인간의 관계는 무엇일까 등등

아름이는 우리 대신, 우리가 놓쳐버린 삶의 순간순간, 단편 단편을 직시하며, 곰곰이 삭힌 후, 질문하지 않는 세상에 말을 걸고 있다. 친구야, 같이 이야기 해보자.

그리고 또 말한다. 아빠와 퉁-퉁- 점프 또 점프했던 트램펄린이 인생의 가장 환한 장면이라고. 친구야, 너가  살고 있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환하다고…

앞으로 나는 어떻게 될까. 그리고 어디로 갈까. 그런 것은 모르겠다. 다만 조금 전 내가 던진 한마디. 어디예요? 그 한마디가 어쩌면 내가 지상에 남기고 가는 마지막 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그것. 아빠. 응? 어디예요. 뭐? 조금 전.... 어디에서 웃었어요?
(두근두근 내 인생 에필로그 중)

임은아 석수골 도서관 관장  sekami03@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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