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저는 이런 현상들을 보며 두 가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첫째는 현대인들의 윤리 또는 도덕의식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주변 사람들의 처지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단지 자신의 입장과 이익만을 생각하는 매우 이기적인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자신의 감정과 이익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극단적인 개인주의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이런 극단적 개인주의를 더욱 악화시킨 것이 바로 현대 ‘SNS 문화’입니다. 무선인터넷을기반으로한 ‘SNS 세계’에익숙해진현대인들이실제대인관계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남들이무엇이라고하든자기가하고싶은말다하고, 남들에대하여책임지지도못할악플들을다는습관이현실에서도그대로이어지기 때문입니다. 현대인들은무의식적으로인터넷세계의중심이 ‘나자신’이기에현실의중심도 ‘나자신’이라고생각합니다.

둘째는 현대인들의 정신건강 상태가 매우 열악해졌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앞서 말한 ‘윤리 또는 도덕의식’과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형법에서도 정신적으로 온전하지 못한 사람을 정상적인 사람처럼 처벌할 수가 없습니다. 피의자의 정신적 상황이 온전치 못하면, 범죄에 대한 책임성도 묻기가 어려워집니다. 마찬가지로 정신적으로 온전치 못한 사람에게 윤리적으로 말하고 행동할 것을 요구하기는 어렵습니다. 현실에서 비정상적인 언행을 유발하는 정신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아무리 당사자들을 비난해 보았자 소용이 없습니다

현대인들의 정신건강을 악화시키는 요인들은 여러 가지입니다. 그 중에 한 가지는 극심한 스트레스입니다. 특히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장기화 되면서, 국민들의 노동환경은 열악해지고, 일터가 매우 불안정해졌습니다.

수금(收金)을 제때 하지 못해 흑자도산(黑字倒産)하는 기업들이 늘고, 열심히 일하고도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직장에서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 사는 직장인들도 많습니다. 또한 시장 물가는 치솟는데, 실제 수입은 역으로 줄고, 대출이자 부담은 늘어나는 삼중고(三重苦)도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극심한 스트레스에 눌려 사는 현대인들의 정신건강이 온전할 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우울증’을 넘어선 ‘공황장애’ 환자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최근 발표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2006년 35,000명이었던 공황장애 환자가 2011년에는 59,000명으로 늘어 5년동안 연평균 10.7% 늘었습니다.

또한 2011년도 기준으로, 진료환자 중에 30-50대 환자가 70%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공식적으로 집계된 수치일 뿐, 실제 우리나라에는 40-60만명의 공황장애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스트레스 외에도, 현대인들의 정신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또 다른 요인이 있습니다. 바로 인터넷 중독현상입니다. 잔인한 컴퓨터 게임과 온라인 영상물을 통하여 양심이 굳어진 세대들이 사이버 세계의 폭력을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현실에서 재현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적지 않은 강력범죄들이 인터넷 게임이나 영상물의 영향이라는 사실도 속속 밝혀지고 있습니다. 즉 ‘사이버 세계’와 ‘현실 세계’의 경계가 무너지며, 현대인들의 윤리 또는 도덕의식은 설 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상상의 세계’가 건설적이고 창조적인 방법으로 ‘현실 세계’를 이끌어야 하는데, 오히려 이기적이고 폭력적인 파멸로 이끄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요즘 모 코미디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게임폐인’ 에피소드들은 단순히 웃어넘길 이야기들이 아닙니다. 그리고 현실과 사이버 세계를 구분하지 못하는 ‘게임중독’ 현상은 단순히 청소년들만의 문제가 아닌 전 연령대의 문제입니다.

최근(3.26) 모 TV토크쇼에 등장한 젊은 여성 ‘게임폐인’의 경우에는 하루에 최소 8시간, 최대 15시간이나 컴퓨터 게임을 한다고 고백했습니다. 비록 이 경우가 조금 극단적이긴 해도, 이 여성과 별반 차이 없는 ‘게임중독자’들은 집계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그런데,‘대구 지하철 화재사건’에서 보듯, 국민의 정신건강 문제는 더 이상 단순한 개인의 질병문제가 아닙니다. 현대인의 정신건강 문제를 개인들에게만 맡겨놓으면, 사회의 문제는 점점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이나 공황장애이든, 인터넷 중독에 의한 현실착각이든 간에, 국민들의 정신건강이 악화되는 현상에 대하여 국가의 공공기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특히 저소득층들의 경우, 정상적인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으므로 복지와 보건관련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국회는 이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대국민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법적 토대를 마련해주어야 합니다.

개인의 윤리 또는 도덕의식의 질적 저하 문제는 교육의 문제이지만, 국민의 정신건강 문제는 국가의 대국민 서비스의 문제입니다.

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webmaster@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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