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채 논설위원

그래서 우리 경찰측에서는 중국측의 인터폴에 의뢰하여 중국 연변 쪽에 도피해 있던 그 채무자를 강제 송환 귀국시켰다.

이것은 수사의 공조화 차원에서나 세계화 차원에서 서로간의 이해를 바탕으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것 같아 바람직한 현상으로 보여진다.

사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죄를 짓고 해외로 날아가 꽁꽁 숨어 버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일부 배짱 편한 사람들도 많았지만 이제는 그럴 수가 없다. 마치 저팔개나 손오공이 삼장법사의 손바닥 안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이치와 같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일을 저지른 중소기업인이 국내에 들어와서 그간의 이야기를 그간의 일을 소상히 털어놓자 이거 정말 큰일났구나 하는 또 다른 각도의 걱정이 생기게 되었다.

그 중소기업인은 일본을 거쳐 조선족들이 많이 살고 있는 연변쪽으로 교묘하게 잠입해 들어갔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국내의 채권자들이 컴퓨터에 기록되어 있는 도망자의 발자취를 쫓아 중국 현지에 먼저 와 있더라는 것이다. 여기서부터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현지에 먼저 도착한 채권자들은 중국 현지의 공안원, 우리로 말하면 외사과의 경찰을 매수해서 이 도망자를 전격적으로 체포한 후 무려 50일간이나 불법 감금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선 자기들에게 그곳까지 쫓아온 수고비를 내놓고, 한국에서 가지고 나온 돈으로 채무를 해결하고 국내외에 있는 재산도 처분해서 문제를 해결하라고 해결사나 폭력배 비슷하게 종용응ㄹ 하더라는 것이다.

이유야 어디에 있든 대한민국이라는 주권 국가의 국민이 외국에 나가 외국 경찰에게 잡혀 민사 문제로 감금당하고 협박당하는 선례를 남긴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최근 중국을 다녀온 여행객들이나 사업가들은 이런 애기를 자주하고 있다.

이상하게도 중국에서는 한국 여행객이나 사업가들이 사소한 잘못을 하거나 중국 현지법을 잘 몰라 실수를 하면 마치 기다렸다는듯이 현지 경찰들이 달려와 체포를 하고, 우선 여권부터 압수한다는 것이다.

바쁜 일정에 쫓기면서 무사히 별일없이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위기의식을 느낀 여행객들이나 사업가들이 초조해 하면 이번에는 그쪽에서 먼저 흥정도 할 수 있다는 눈짓을 보내 온다고 한다. 그러면 결국 우리 돈으로 백만원에서 2백만원 안팎의 거금을 물고 여권을 되찾는다는 것이다.

중국의 치안이 불안하고 개방화와 서구의 물질 문명이 걷잡을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바람에 중국 경찰들 사이에서도 돈맛을 아는 공안원들이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런 문제는 순전히 한국 사람들의 현금 선호와 권위의식에서 파생되는 자업자득이라고 폄하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아직까지 달러의 위력이 남아 있는 중국이나 동남아, 동구권같은 지역을 여행하면 우리 돈으로 많아야 10만원 꼴인 백달러면 충분히 기분좋게 거부 행세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래서 중국이나 동남아, 동구권에는 현금을 많이 소지하고 다니는 한국인 여행객들이나 사업가들이 아주 좋은 표적이 되고 있다.

심지어는 해마다 여름이면 도시 전체가 관광객들을 위한 도시로 바뀌고, 파리같은 경우는 아예 한국인들의 소매치기 피해 사건만 담당하는 경찰 공무원까지 배치해 두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만큼 외국 여행때 현금을 많이 갖고 다니는 여행객들도 없다.

대부분의 나라 여행자들은 여행자 수표나 카드 하나로 계획있는 쇼핑과 실속있는 여행을 즐긴다.

중량이 초과될 정도로 쇼핑 여행을 즐기는 우리와는 달리 외국 여행객들은 정말로 여행에서 건져 갈 수 있는 그 나라 특유의 음식 문화나 여러 가지 눈에 보이지 않는 정서들을 마음껏 접하는데 더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

그래서 그런지 외국인들이 여행을 다닐때면 빼놓지 않고 챙겨 들리는 곳이 바로 여행지에서 가장 가까운 박물관이라고 한다.

필자는 지금 우리의 여행 문화가 보다 수준있는 여행 문화를 향한 과도기라고 생각하고 싶다. 실제로 이미 상당부분 우리 사회의 여행 문화도 선진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예전에는 일본인들처럼 우루루 몰려다니던 단체 여행에서 이제는 아주 많이 다양해진 여행 상품들을 여행자가 직접 골라서 배낭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떠날때는 단체로 떠나지만 여행은 따로따로 즐기면서 각자의 정서에 많은 경험을 쌓고 돌아오는 경우가 늘고 있다. 뿐만아니라 요사이에는 단순히 관광 차원의 여행에서 벗어나 학습 차원의 여행, 정보 수집 차원에서 떠나는 테마 여행이라는 것도 젊은 여행자들 사이에서 상당히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서 ‘나는 세익스피어의 위대한 영혼이 흐르는 문학의 도시를 돌아보고 싶다’, ‘나는 모차르트와 베토벤이 사랑했던 오스트리아의 빈을 구석구석 훓터보고 싶다’ 등등의 개인적인 호기심을 쫓아 여행을 한다는 것이다. 아니면 세계 도처에서 열리고 있는 박람회를 찾아 테마 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많다고 하는데, 그 중에는 보통 자기 전공에 도움을 받기위해서 포장 박람회니 자동차 박람회니 하는 곳을 시간 날때마다 돌아보는 전문 직업인들도 많다고 한다.

이제 실속도 없이 해외에 나가 허세부리고 망신까지 당하던 구시대는 갔다. 보다 내실있고 내용있는 21세기형의 영양가있는 여행문화쪽으로 우리 여행자들의 발길이 몰리고 있다.

사실 각국의 국경선을 뛰어넘어 민족과 인종의 박람회장을 골고루 누비고 전세계의 다양한 문화와 문명까지 섭렵하며 돌아다니는 여행자들만큼 실제적이고 확실한 정보통들도 흔치않다.

이제는 해외 여행에서 얻는 외국의 다양한 정보와 문화를 보다 적절하게 효과적으로 통합하고 정제하여 활동하는 수준으로까지 우리 여행 문화가 향상되어야 한다.

박규채 논설위원  webmaster@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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