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식 법무법인 온누리 변호사

예를 들어 만약 갑과 을이 싸우게 되어 각자 부상을 입게 되었다면, 갑이 입은 부상은 을에 대한 폭행이라는 범죄행위가 원인이 된 것이고, 을의 부상도 갑에 대한 폭행이라는 범죄행위가 원인이 된 것이기 때문에, 갑과 을에 대한 건강보험급여는 제한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위 조항을 예외 없이 적용하게 된다면, 결론에 있어서 부당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갑은 길을 가다가 을과 시비가 붙어 길에서 싸우게 되었다. 갑은 을의 얼굴을 몇 대 때리기만 하였는데 을로부터는 심각한 폭행을 당해 수일 간 의식을 잃었으며 두개골이 골절되고 치아 탈구나 고막 파열 등 심각한 중상을 입게 되었다.

그 뒤 갑과 을은 폭행사건으로 수사를 받았고, 검찰은 갑의 폭행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여러 가지를 고려하여 갑을 기소유예 처분하였고, 을은 기소되어 실형을 선고 받았다. 사안이 이러할 경우 갑은 을에 대한 폭행이라는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부상을 입었다는 이유로 보험급여를 받을 수 없는 것인가?

최근 위와 같은 사안에 대한 서울행정법원의 판단이 있었다. 관련 기사에 따르면 갑은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쌍방 폭행은 보험급여 제한 대상에 해당 한다”라는 이유로 보험급여 환수통지를 받았다고 한다.

이에 갑은 이의신청을 하였으나, 갑의 이의신청은 쌍방폭행에서 상대방보다 중상을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로 볼 수 없다며 기각되었다.

결국 갑은 보험급여환수 처분을 취소하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재판부는 “쌍방 폭행으로 보험가입자가 상해를 입었다고 해 곧바로 보험금여 제한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보험가입자가 폭행한 것보다 통상적인 예상을 넘어선 훨씬 심한 정도의 폭행을 당한 경우에는 보험급여를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갑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물론 갑이 보험급여를 받지 못한다고 해서 가해자인 을로부터 치료비 상당의 손해를 배상 받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위 사안은 갑이 쌍방 폭행사건으로 부상을 입은 뒤 보험급여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느냐, 아니면 보험급여를 받지 못하느냐에 대한 문제인 것이다.

문성식 법무법인 온누리 변호사  moon2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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