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원 동화작가 (안산화랑초등학교 교장)

‘아, 그러고 보니 경칩이?’

경칩, 선조들은 이 무렵이 되면 천둥이 치기 시작하고, 그 소리를 들은 벌레들이 깜짝 놀라 땅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다. 초목의 싹이 돋아나고 만물이 약동하는 시기이다. 움츠려 지냈던 겨울이 끝나고, 새로운 생명력이 소생하는 절기이다. 이 얼마나 좋은 절기인가. 개구리 울음소리에 봄이 지척에 와 있음을 느낄 수 있어 여간 기분이 좋은 게 아니었다.

어디 이뿐이랴, 제18대 박근혜 대통령 정부의 출범을 알리는 타종식이 25일 자정을 기해 서울 보신각에서 열렸다. 희망의 종소리로 들려왔다. 오전 11시엔 대통령 취임식이 국회의사당에서 국내외 귀빈과 일반국민 등 7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전직 대통령들과 낯익은 사람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그러나 전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전 통합진보당 대선 후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유야 어찌되었던 우리 시대의 암울한 정치의 한 이면을 또 보는 것 같아 아쉽기 그지없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경제부흥과 국민행복 그리고 문화융성을 통해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희망의 새 시대, 제 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드는 위대한 도전에 나서겠다고 했다.

우리나라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 첫 2세 대통령, 33년만의 청와대 입성은 대통령에겐 감회가 그 누구보다도 깊을 것이다. 질곡의 역사의 한 단면을 온몸으로 안은 대통령이다. 앞으로 5년 동안 국민의 삶을 안정된 기반 위에 올릴 수 있길 기원한다.

돌이켜보면 여러 대통령의 취임식 때마다 국민이 품었던 기대는 지금과 그리 다르지 않으리라 본다. 예나 지금이나 국민들에겐 공통분모의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 공통분모는 단순하다. 인간다운 삶, 행복한 삶이다. 이번 대통령의 취임식에서도 우리 국민은 그런 바람을 가슴에 다시 담았을 것이다.

취임식 날 보여준 축제가 한낱 보여주기 위한 축제로 끝나서는 절대 안 될 것이다. 그 축제가 5년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계속 이어져야 한다. 역대 대통령들의 실패했던 정책을 꼼꼼하게 살펴 다시는 국민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아야 한다.

취임사는 희망의 메시지로 넘치지만, 나라 안팎의 사정은 결코 순탄치 않다. 미국과 유럽에서 비롯된 글로벌 경제 위기는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국민감정을 끈질기게 자극하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등 외교적 난제도 층층이 쌓여 있다. 북한의 핵 실험으로 조성된 동북아 정세의 긴장은 얽히고설킨 실타래처럼 놓여 있다.

언제부터인가 세대·계층·이념·지역으로 갈라진 고질적인 양극화 문제는 정말 시급하게 풀어야 할 과제 중의 과제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양극화도 심각하다.

정치권도 스스로 구각을 벗어던져야 한다. 국민과 국가발전을 위해서는 정부가 열심히 일을 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

또한 대통령도 자신의 약점에 대해서도 보완·수정하는 통 큰 대통령으로서의 리더십을 보여주어야 한다.

정치적 자산이던 원칙과 신뢰의 이면에 숨어있던 유연성과 소통의 부족이 날이 갈수록 점점 커지는 것을 국민들은 보고 있다. 첫 총리 후보자가 낙마하고, 주요 장관의 인선 지연으로 신구 정권의 기이한 동거현상에 국민들의 마음은 착잡하기 그지없다.

장관 후보자들이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으려면 앞으로도 얼마나 더 걸릴 지도 모른다. 불완전하게 출범하는 정부의 모습이 안쓰럽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 시작부터 가시밭길이다. 그러나 이 가시밭길을 슬기롭게 헤쳐 나아가야만 국민에게 다가가는 큰 길, 세계로 뻗어가는 큰 길이 나타날 것이다.

부정부패와 측근비리를 척결하고, 취임사에서 나타난 것처럼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 이번에야 말로 국민들의 가슴에 오래 남는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되길 소망한다.

다음 주 3월 5일은 경칩이다. 선조들은 경칩날에 개구리 울음점을 쳤다고도 한다. 개구리 우는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그 울음소리에 맞추어 ‘한 섬, 두 섬, 세 섬…’라고 읊조리면 그 해에 풍년이 든다고 한다.

이번 경칩날엔 개구리 울음소리에 맞추어 ‘한 국민행복, 두 국민행복…, 우리 국민행복’이라고 읊조려야겠다. 그렇게 해서라도 정말 국민행복 시대가 온다면야….

류근원 동화작가 (안산화랑초등학교 교장)  kwroo54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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