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원 동화작가 (안산덕성초등학교 교장)

산수유 꽃망울 터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팡팡팡.

새들의 부리에서 흘러나오는 음표들을 듣는다, 찌저불찌저불.

봄비 내리는 모습을 노크소리로 듣는다, 똑똑똑.

가슴 설레게 하는 봄의 소리와 모습을 예서제서 보고 듣는다. 나무들의 꽃망울과 새순들이 만년필촉처럼 가슴에 들어온다. 하늘을 향해 시를 쓰는 듯한 모습이다. 나무들이 쓰는 시가 우리에게 얼마나 큰 아름다움을 선물할 것인지 생각만 해도 가슴 두근거린다.

노적봉의 진달래 꽃망울이 하루가 다르게 몸을 부풀리고 있다. 뿌리에서 꽃망울까지 수액 흐르는 소리가 쫄쫄쫄 들려올 정도이다. 볕 바른 쪽에서는 작은 풀들이 앙증맞은 모습으로 꽃망울을 열고 있다. 무릎을 구부리고 눈맞춤을 해야 비로소 눈에 들어오는 꽃, 아름답기 그지없다. 고 작은 꽃에게서 생명의 경이로움까지 느낀다. 작디작은 풀꽃들에게 ‘고맙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전국적으로 봄 축제가 시작되고 있다.

제주의 휴애리 매화축제는 이미 끝이 났다. 섬진강변의 광양 국제매화축제가 상춘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 뒤를 이어 지리산 자락의 구례마을 산수유꽃축제가 3월 끝 무렵 열린다. 충남 서천의 동백꽃주꾸미축제는 벌써부터 보는 맛과 먹는 맛으로 상춘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벚꽃 축제로 유명한 진해 군항제가 4월 시작과 함께 열리게 된다.

전국적으로 소문난 봄 축제에 가질 않더라도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도 봄 축제에 초대받은 느낌이다. 수암봉으로 가는 등산로가 봄의 모습을 보여주고, 주변의 밭둑에서 봄나물을 캐는 아낙들의 모습도 봄이 연출해내는 그림엽서이다.

봄은 다른 어느 계절보다 우리에게 많은 것을 선물한다. 봄은 우리에게 생명의 신비함과 소중함 그리고 생동감을 선물한다. 겨울을 이겨낸 풀들과 나무들에게서 우리는 배울 게 참 많다. 겨우내 움츠렸던 생명이 다시 움트고 용솟음치는 경이로움을 우리들은 겸손하게 배워야 한다. 생명 경시 풍조의 만연으로 너무도 쉽게 삶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유야 어찌됐던 있을 수 없는 가슴 아픈 일이다. 생명의 고귀함을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에서 배워야 한다. 고맙기 그지없는 봄이다.

계사년의 봄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준 소중한 사람이 있다. 바로 피겨의 여왕 김연아 선수이다. 김연아 선수가 4년 만에 세계선수권대회 정상 탈환에 성공했다.

더욱이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여자 싱글 올림픽 티켓 3장까지 확보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 피겨스케이팅은 새로운 역사의 장을 열게 되었다. 사상 처음으로 동계올림픽 한 종목에서 3명의 선수를 내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무대에서 3명의 우리 선수가 은반 위를 날아다니는 모습이 벌써부터 눈에 선할 정도이다.

그래서 김연아 선수의 이번 우승이 더욱 뜻 깊고 고마운 이유다. 김연아 선수의 우승으로 제2, 제3의 김연아 선수가 계속 나와야 할 것이다. 또한 시상식에서 현지 시립합창단이 한국어로 부른 애국가가 경기장에 울려 퍼진 장면은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감동 그 자체였다.

정치권도 이제 구태를 벗어던지는 모습이다. 여야는 지난 17일, 무려 46일간이나 티격태격 싸우며 국민들에게 실망을 주던 정부조직 개편안을 타결지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21일만이다. 늦었지만 잘 한 일이다. 이제 훌훌 털어버리고 국민행복 시대 만들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핵을 앞세워 될 말 안 될 말, 온갖 공갈협박을 배설해대는 북한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며 정신 바짝 차려 경계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안보위협 속에서도 군장성들이 골프를 쳤다는 것은 도저히 용서 받지 못할 처신이었다.

이제 4월이면 연평도의 꽃게잡이가 시작된다. 그러나 북한의 잇따른 도발 위협으로 선원들이 모이지 않아 조업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고 한다. 안보에는 너와 내가 따로 없다. 모두가 한마음 하나가 되어야 한다.

계사년의 봄이 다른 어느 해 봄보다 좋은 예감으로 시작되고 있다. 기억 너머 아스라했던 이은상의 시 ‘동무 생각’이 절로 떠오른다.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 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 나는 흰 나리 꽃 향내 맡으며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이 아름다운 봄날, 이은상의 시 구절처럼 너를 위한 사랑의 노래를 불렀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주저 없이 봄의 큐피드 화살을 쏴라.

류근원 동화작가 (안산덕성초등학교 교장)  kwroo54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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