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원 동화작가 (안산덕성초등학교 교장)

토론 주제는 ‘연예인도 공인일까?’였다. 시의적절한 주제이기도 해서 바로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초등학생들의 눈에 비친 연예인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들의 주고받는 이야기에 빠져들고 말았다.

요즘 아이들은 물론 청소년들에게조차 연예인들은 우상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대중문화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면서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쥘 수 있는 직업이 바로 연예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연예인이란 직업이 선망의 대상으로 변한 것이다.

중년이 후딱 넘은 사람들의 유년시절 꿈은 대부분 대통령이었다. 대통령이 아니면 거의 정치인이 되는 게 꿈이었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의 입에서 대통령은커녕 정치인이란 말도 나오질 않는다. 총리 후보자와 장관 후보자들이 줄줄이 낙마되는 현실을 보면 이해가 간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해 전국 초·중·고 학생 2만4,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교진로교육 지표조사’의 희망 직업 순위에서 연예인은 중학생들 사이에서 3위, 초·고등학생에서는 4위를 기록했다. 초·중·고 모두 5위권 안에 든 직업은 교사와 연예인 둘 뿐이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의 대화 내용을 가만 들어보면 거의 연예인들의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연예인들의 이야기가 아니면 대화 좌석에 끼어들기조차 어려운 현실이 되고 말았다.

요즘 우리나라 연예계가 엉망으로 치닫고 있다. 마치 판도라 상자가 열린 듯, 각종 추문으로 얼룩지고 있다. 해외에서도 우리나라 연예가 추문 소식이 방영되고 있을 정도이다. 부끄러운 일이다.

일명 우유주사라 불리는 프로포폴 남용 사건으로 법정에 선 연예인들, 연예인 지망생 성폭행 사건과 도박 사건으로 고개 숙인 연예인, 학위논문 표절 논란 속에 고개 숙인 연예인, 성 접대 관련 여배우들까지 연예가가 그 어느 때보다 뒤숭숭하기 그지없다. 그들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를 가만 살펴보면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공인(公人)이란 말이다. 성폭행 혐의로 피소된 모 배우의 공식입장이다.

“국민의 관심과 사랑을 받은 공인으로서 이번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법정에 선 연예인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공인으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과연 연예인은 공인이라 할 수 있는가?

공인(公人)의 사전적 의미는 ‘공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과연 연예인이 공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일까?

연예인 혹은 스포츠 선수들을 공인의 범주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인터넷에 많이 올라오는 것은 사실이다.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한류 붐과 함께 우리나라의 이미지를 세계에 홍보하는 민간외교관이라는 말까지도 그들에게 붙여주었다. 그러나 그런 이유만으로 공인이라는 말을 붙여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연예인은 나라의 녹을 받고 일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공인이란 말을 사용하게 해준 우리의 현실을 냉철하게 되짚어보아야 한다.

연예인들의 도덕성이야말로 공무원들보다 더 심각하게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그들이 많은 청소년들의 롤모델이 되어있기 때문이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은 물론 대중에게 끝없는 사랑을 먹고 사는 직업이 연예인이다. 그런 점에서 연예인들은 깊이 자각해야 한다.

사회적인 책임감과 도덕성이 얼마나 큰가를 깨달아야 할 것이다. 유명인과 공인을 혼동하는데서 연예인들이 자신들을 공인이라고 자처하는 것 같지만 유명인과 공인은 반드시 구분해서 써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고 영향력이 있다는 이유로 공인으로 인정되어서는 안 된다.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어도 그것이 국가의 공적인 일과 관련이 없는 한 공인이 아니다.

초등학생들의 토론 결과를 연예인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초등학생들의 눈에 비친 공인의 모습이다. 대견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다.

“연예인은 공인이 아닙니다. 나라를 위해서 일하는 사람이 공인입니다. 그래서 공인들은 국민들을 기쁘게 해 주어야 합니다.”

류근원 동화작가 (안산덕성초등학교 교장)  kwroo54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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