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식 변호사

그런데 혼인 생활은 부부마다 다 다르고, 파탄 원인도 다양하기 때문에, 단편적인 이유를 들어 누구에게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기가 힘든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부부 일방의 일방적이고 반복적인 폭행이 있었다면 혼인 파탄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명백하다. 또한 불륜 때문에 혼인이 파탄되었다면 누구 때문에 혼인이 파탄되었는지도 분명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꼭 그런 것만은 아닐 수 있다.

갑과 을은 혼인 생활 중 을의 불륜 사실이 들어나 이혼하게 되었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을의 잘 못으로 혼인이 파탄된 것이고, 따라서 을은 위자료를 지급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 동안의 혼인 생활을 살펴보니 을과 시어머니의 갈등이 심각하였고, 이로 인해 여러 사건들이 발생하였는데, 남편인 갑은 이를 적절히 중재하지도 못한 채 무조건 시댁의 입장만을 대변해 왔고, 이로 인한 부부 갈등도 심각하였다.

그러던 중 을이 동호회 활동을 하다 불륜에 빠지게 되었다.

결국 이로 인해 혼인생활이 파탄되었다면 을의 불륜도 분명 잘 못된 것이지만, 갑에게도 전혀 책임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

실제로 서울 가정법원은 위와 같은 사안에서 갑과 을이 각각 제기한 이혼소송에서 남편이 갑에게는 어머니와 을의 갈등을 적절히 중재하거나 아내의 의사를 존중하고 배려하지 못한 잘못이 있고, 을에게는 시어머니와의 갈등을 동호회 모임으로 해소하려다가 부정행위까지 이르게 돼 배우자로서의 신뢰를 깨뜨린 잘못이 경합되어 혼인관계가 파탄되었다고 판단한 뒤 갑과 을이 청구한 위자료 청구를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혼인생활의 파탄은 명백히 한 사람의 잘 못이 분명한 경우가 아니라면 둘 다 모두의 책임이라고 봐야 하는 경우가 실제로는 많다.

문성식 법무법인 온누리 변호사  moon2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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