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식 변호사

그런데 매월 사용료를 지급하고 정수기를 사용하는 계약의 성격이 문제된 사안이 있다.

그 사안의 쟁점은 정수기 대여 계약의 성격에 관한 것으로, 결국 정수기 사용료 채권의 소멸시효가 어떻게 되는 가에 관한 문제이다.

문제된 사안을 보면, 갑은 2006년 을 회사로부터 정수기 2대를 36개월간 1대당 매월 일정 금액에 빌리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갑은 정수기를 사용하면서 처음 몇 개월 사용료만 지급하더니 그 뒤로 사용료 지급을 연체하였고, 그러던 중 병은 을 회사로부터 갑에 대한 대여금 채권을 양수 받은 뒤 2011년 갑을 상대로 기존 미지급 사용료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갑은 병이 제기한 소송에서 정수기 사용료 채권의 소멸시효가 3년이므로 소멸시효가 완성을 주장하였다.

그러자 병은 정수기 사용 계약에 따른 사용료 채권이 금융리스로 인한 대출금 채권의 성격을 갖는 것이라며 갑의 주장과 같이 3년 단기소멸시효가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병이 주장한 금융리스는 시설대여회사(리스회사)가 대여시설이용자(리스이용자)가 선정한 특정 물건을 새로이 취득하거나 대여 받아 그 리스물건에 대한 직접적인 유지 관리책임을 지지 아니하면서 리스이용자에게 일정 기간 사용하게 하고 그 대여기간 중 지급받는 리스료에 의하여 리스물건에 대한 취득 자금과 그 이자, 기타 비용을 회수하는 거래관계를 말한다(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다26098 판결).

통상 리스라고 하면 이러한 금융리스를 말하기도 한다. 쉽게 말하자면 리스는 외관상으로는 리스회사가 리스이용자에게 리스 물건을 대여해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실질은 리스회사가 리스이용자에게 리스물건을 구입하는 자금을 대여해 주는 것이다.

병은 정수기 대여계약이 외관상으로는 정수기를 빌려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실질은 을이 갑에게 정수기 구입 자금을 빌려 준 것이므로 단기 소멸시효가 적용될 사안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갑이 36개월 계약기간 동안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을 회사는 대여한 정수기에 대한 정기점검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장에 대한 수리와 필터교환을 무상으로 하기로 한 점 등을 고려하여 갑과 을이 맺은 계약의 본질이 리스물건의 취득자금에 대한 금융 편의 제공이 아니라 사용기회 제공에 있는 것이라고 하면서 갑의 단기 소멸시효 주장을 인정해 주었다.

문성식 법무법인 온누리 변호사  moon2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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