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규 논설위원 문학가 (문학평론 소설 수필)

그런데 우리나라 꽃 무궁화 축제는 하지 않으면서 봄이면 일본나라 꽃 벚꽃축제를 왜 그리 시끌벅적 요란스럽게 하는 것인지 그것 생각만 해도 심통이 난다.

불과 10여일 피었다 지는 벚꽃에 비해 7월이 되면 꽃이 피기 시작 여름과 가을을 넘나들며 10월까지 장장 100여 일 동안 피고 지고를 거듭하면서 의연한 자태를 뽐내는 우리 꽃 무궁화가 얼마나 좋은가? 홍자색 또는 보라색 등 다섯 가지 색색으로 곱게 단장을 하고 보란 듯이 피어 있는 그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다. 그래서 애국가의 노랫말로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이라 하여 국민 모두가 가슴에 새기며 즐겨 부르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해 본다.

그런 우리 꽃 무궁화가 안타깝게도 국민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초가삼간 울타리에서, 공중화장실 주변에서 어렵게 생명을 부지한 체 꽃망울을 터트리며 지나가는 길손에게 손짓을 하게 되었는지 참으로 애처롭다.

무궁화는 인내와 끈기로 상징하는 꽃으로 어디서나 잘 사는 적응력이나 생명력이 강하다. 뿐만 아니라 여름 내내 날이면 날마다 꽃이 피고 또 핀다. 꽃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곤충들의 먹이인 꽃가루가 많다.

또 다섯 장의 꽃잎이 하나인 통꽃으로 개성과 협동을 의미하는 화합과 통합의 꽃이다. 일편단심 꽃말도 가졌다. 그래서 나라꽃으로 됐을 것이다.

무궁화는 씨나 꺾꽂이로 번식하고 공해나 해충 병균에 강한 특성도 있다. 무궁화는 단순한 꽃나무가 아니다. 잎, 줄기, 씨, 꽃망울이, 꽃잎 등 어느 것 하나도 빼놓지 않고 식용으로 쓰인다.

오래전부터 우리민족은 봄철이면 무궁화 잎을 따 나물로 무쳐 먹기도 된장과 함께 국도 끓여 춘궁기 허기를 견뎌냈다. 무궁화 꽃잎차도 끓여먹었다. 한약재로도 사용했다. 그런 무궁화가 우리민족의 가슴에서 멀어지고 눈 밖으로 밀려나게 된 것은 일본 놈들 때문이었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 구국정신의 표상으로 무궁화를 내세웠었다. 그 때문에 일제는 전국 각지에 있는 무궁화를 뽑아 불태워 없애도록 했다.

그때 경기도 오산학교가 무궁화를 제거하라는 지시를 이행하지 않자 강제휴교령을 내렸다. 또 강원도 홍천에 있는 보리울학교는 무궁화 8만여 그루를 심어 놓고 있다는 이유로 학교를 폐쇄하고 무궁화나무 를 모두 뽑아 소각 없애버렸다.

일제는 그것도 부족하여 무궁화꽃가루가 피부에 닿으면 부스럼 같은 피부병이, 눈에 닿으면 눈병이 생기는 꽃, 진딧물 같은 벌레가 많은 꽃, 불길한 액운이 있는 꽃, 귀신이 붙어 있는 꽃, 그래서 눈에피꽃이니, 귀신꽃이니 그런 말을 의도적으로 퍼트렸다. 그런 것들 때문에 일제강점기 때 받은 이미지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일본 놈, 그들은 말로는 병을 옮기고 불길하다고 하면서 꽃봉오리를 익혀 궁중요리와 향신제로 사용했다.

무궁화에 대한 그랬던 일본의 태도와는 달리 요즘 우리는 벚꽃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날로 더해 가고 있다. 정녕 우리 것은 없이 여기면서 온 산야를 벚꽃으로 치장을 하고 있다. 그것을 보면 간도 쓸개도 없는 민족 같은 생각이 든다.

독도와 위안부를 두고 우리를 자극하는 일본의 아베정권 그들을 보고 벚꽃축제를 보면 피가 거꾸로 치솟는다.

마치 고양이가 개에게 안방을 빼앗기고 들로 쫓겨났듯 무궁화도 우리들 가슴속에서 벚꽃에게 쫓겨나 외진 곳에서 천덕꾸러기로 근근이 살아있는 꼴이다. 그것을 보자니 우리국민성이?

요즘 절정에 이른 무궁화 꽃을 보며 무궁화 꽃 축제는커녕 사람들의 시선마저도 끌지 못하고 길거리에 외롭게 피어 있는 나라꽃 무궁화가 안타까워 넋두리해 본다.

한정규 논설위원  webmaster@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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