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원 논설위원 동화작가 (안산덕성초등학교 교장)

그 중 하나가 한 개의 고유명사를 다양한 명사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다양한 명사를 사용함으로서 상대방의 인격까지 가늠할 수 있을 정도이다.

예를 들면, 사람의 입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써 ‘주둥이, 주둥아리, 아가리, 아갈통’ 들을 들 수 있다.

최근, 아니 오래전부터 입이 아닌 주둥이로 망언을 쏟아내는 인간들이 있다. 바다 건너 망언을 릴레이식으로 쏟아내는 집단, 바로 일본의 아베 총리와 그 하수인들이다. 짧게 표현하면 그의 입은 입의 품격을 잃은 지 오래이다. 그의 입은 주둥이에 불과하다. 주둥이는 사람의 입을 속되게 표현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짐승의 입을 표현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 인간은 혼자만의 망언이 힘에 겨운지 자기를 쏙 빼닮은 복제인간들을 만들어 릴레이식으로 망언을 쏟아내게 하고 있다. 큼직큼직한 망언만 요약해도 지면이 모자랄 지경이다.

아소 부총리의 주둥이, “나치 독일은 바이마르 헌법을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에 바꿨다. 우리도 나치의 수법을 배우면 어떤가?”

일본 문부과학상의 주둥이, 축구 한일전 후 우리 국민들의 의식수준을 얕보는 발언으로 ‘민도(民度)’ 운운하며 우리 국민을 향해 비아냥거렸다.

나카노 마사시 참의원의 주둥이, “지금도 한국 여성 5만 명이 성 산업에서 일하고 있다.”라는 더러운 발언을 했다. 한국에 성매매 산업에 종사하는 여성이 수만 명이나 되는데 왜 수십 년이 지난 일본군 위안부를 계속 문제 삼느냐는 것이다.

일본의 공영방송 NHK의 신임회장 주둥이, “위안부는 어느 나라에도 있었다. 독일에는 없었나? 프랑스에는 없었나? 유럽 어디에도 있었다.”면서 일본의 책임을 부정하는 망언을 했다.

사사에 주미 일본 대사의 주둥이, “미국은 어느 나라가 우방국이고, 어느 나라가 말썽을 일으키는 나라인지 입장을 분명히 밝혀라.”

망언의 우두머리 아베의 주둥이는 절정에 달했다.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 포럼에서 “1차대전처럼 중국과 일본의 충돌 가능성이 있다.” 이어서 “독도 영유권 문제에 대해 국제사법재판소에 단독 제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는 발언까지 했다.

이들이 망언을 지속적으로 쏟아내는 이면에는 한마디로 우리나라를 깔보기 때문이다, 우습게보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황금자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13세 때 일본 순사에 붙잡혀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할머니는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기초생활수급자로 살아왔다. 빈병과 폐지를 모은 1억 원을 모두 장학금으로 기부했다. 눈물과 한으로 점철된 장학금이다. 할머니가 죽기 전까지 간절히 바란 것은 오직 ‘일본의 진정한 사과였다’고 한다.

이제 우리 곁에 남은 위안부 할머니는 55명뿐이다. 할머니들은 일본의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사과를 원하고 있다. 고령인 할머니들에게 더 기다려달라고 하기에는 시간이 없다. 시간은 절대 기다려 주지 않기 때문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공동생활시설인 ‘나눔의 집’과 ‘우리집’을 방문했다. 외교장관으론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이 자리에서 나온 할머니들의 소원이 우리들의 가슴을 겨울비처럼 적셨다.

“일본의 사죄를 받아야 죽을 수 있다. 죽기 전에 사죄 받을 수 있게 정부가 힘을 써 명예와 인권을 하루빨리 회복하게 해 달라.”

“일본이 잘못을 뉘우치고, 올해는 눈보라 안 맞게 사죄하도록, 열심히 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안 일어났으면 좋겠다.”

정치권이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적극적으로 역사 바로 잡기에 나서야 한다. 여야가릴 것 없이 똘똘 뭉쳐도 힘겨울 판이다. 찢어질 대로 찢어져 분열된 국민들의 정서도 한곳으로 모아야 한다.

냄비 근성도 이 기회에 버려야 한다. 지금까지 정치권이나 우리들이나 냄비 물 끓듯 부르르 끓다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 잊혀지곤 했던 것이 다반사였다.

맹수가 먹잇감을 챌 때는 온 신경을 한 곳으로 쏟는 것처럼 우리도 이렇게 해야 한다. 우리 시대에 저들의 망언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떳떳하게 우리의 후손들에게 역사를 물려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큰 숙제이며 우리 시대에 반드시 해결해야 할 의무이다.

류근원 논설위원, 동화작가 (안산덕성초등학교 교장)  webmaster@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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