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유출된 원유는 엄청난 넓이의 해역을 오염시키고,수많은 생명을 죽게 만들었다. 이 원유를 제거하기 위해서 지금까지 대략 100만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다녀갔다. 그 덕분에 태안 지역은 표면적으로는 피해규모에 비해서 빠른 시간 내에 정상화되었다.

그러나 주민들은 여전히 피해를 받고 있다. 우선 주민들은 자신들의 생활터전을 잃었다. 많은 전문가들은 태안 지역의 경제가 정상화되려면 빨라도 10년, 길게는 20-30년 가량 걸릴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또한 그들의 생활기반이던 바다의 생태계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려면, 최장 100년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올해 1월에 한 대학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주민들은사고 이전에 30분이면 잡던 어획량을 지금은 2시간 가량 나가야 잡을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하여 주민들은 자신들의 삶을 잃었다. 태안이 관광지로 유명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빚을 내서 숙박업이나 식당을 시작했지만, 사고가 나면서 극심한 빚더미에 올랐다. 그 결과 많은 부부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이혼했고, 심지어 자살을 선택한 사람도 4명이나 되었으며,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죽지 못해서 살고 있다. 또한 주민들은 자신들의 공동체를 잃었다.보상금을 지급하는 문제로 이웃사촌끼리 갈등이 생겼기 때문이다.

필자가 이처럼 6년전의 사건을 길게 이야기한 이유는 지난 1월 31일에 일어난 ‘여수 기름유출 사고’때문이다. 구정 당일이던 1월 31일 오전 10시경, 한 유조선이 바다위로 연결된 송유관을 들이받으면서 다량의 원유가 유출되었다. 물론 이번 사고에서 유출된 원유의 양은 앞에서 살펴본 ‘태안 기름유출사고’때 유출되었던 원유의 양보다 적다.

그렇지만 그것은 단지 사고를 처리하는 예상시간을 줄여줄 뿐, 피해를 입는 지역은 한동안 앞에서 살펴본 태안지역의 비극을 또다시 겪게 될 것이다.

실제로 기름을 제거하던 일부 주민들이 구토를 호소하는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또한 유출된 원유가 인근에 있는 ‘한려 해상 국립공원’까지 밀려들면서 관광업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하거나, 또한 자식 같은 양식장과 어장들의 피해를 우려하는 주민들도 많다. 그래서 이러한 주민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기름을 제거하러 자발적으로 여수에 모이고 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여수 주민의 아픔을 공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양수산부의 장관이라는 사람이 전혀 엉뚱한 언행을 보이며 한편의 코미디를 선사해주었다. 해양수산부는 이러한 사고가 났을 때 제일 먼저 피해지역으로 가서 상황을 점검하고, 어민들을 돌보아야 할 주무부처이다. 그런데 장관은 최근 당정(黨政)협의에서 “진짜 1차피해자는 기업이고, 어민은 그저 2차피해자”라고 이야기했다.

그녀의 이 발언을 듣고서 많은 국민들은 그녀의 자질을 의심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자기가 돌보아야 할 사람들의 마음을 공감하기는 커녕 그들을 돌보지 못하는 리더는 진정한 리더가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얼마 전에는 한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해서는, 이처럼 구설수에 오르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 ‘인기가 있어서 그런 것 같다’는 식으로 대답하면서, 리더로서 자신이 해야 할 책임을 생각하기보다는 감투를 쓴 사람으로서 자신의 자리를 즐기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리더로서의 공감능력도, 책임감도 전혀 없었던 이 장관은 즉시 해임되면서, 불명예스럽게 퇴진했다.

지금까지 살펴본 일련의 사태들은 사실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에서 리더라는 자리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기 때문이다. 즉, 우리 사회에서 리더는 공감하고 책임을 지는 사람이라기보다는, 군림하고 권력을 누리는 자리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의식이 팽배한 사회는 머지 않아 무너진다는 것을 고려와조선말기의 역사는 분명히 보여준다.

우리는 저마다 직장에서든, 공동체에서든, 최소한 가정에서든 누군가의 리더이거나, 최소한 리더가 될 사람이다. 그런 점에서 공감과 책임감은 우리 모두가 다시 한번 명심해야 할 덕목이다.

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webmaster@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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