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그녀는 휴대전화로 고통스러운 신음소리만 낼 뿐아무 말도 못했고, 전화는 그대로 끊어졌습니다. 소방서 측은 긴급상황이라고 판단하고,해당 경찰서 상황실에 정확한 위치 추적을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경찰서로부터 답변이 오지 않았습니다. 통신사를 통해서 신고자의 주소를 확인하려면 당직 책임자인 상황실장의 결재(決裁)가 필요한데, 이 상황실장이 세상 모르고 깊이 자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하여 경찰과 소방서는 신고자가 전화했던 휴대전화의 기지국까지는 찾았으나, 결국 밤이 새도록신고자를 찾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 6시가 훌쩍 넘어갔을 때, 상황실장이 잠에서 깨었습니다. 개운한 모습으로 상황실에 와본 상황실장은 이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위치추적을 결재해주었습니다.

그 덕분에 경찰과 소방서는 드디어 신고가 접수된 지 5시간이 지난 오전 7시 30분에 신고자를 찾았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소방서가 예측했던 대로, 싸늘한 시신이 되어있었습니다. 사인(死因)은 뇌출혈이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자기가 있어야 할 곳을 떠나서 잠들어버린 상황실장과 소방서의 전화를 받고도 안일하게 생각했던 당직 경찰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행동을 보여주었습니다.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을 지켜야 할 경찰이, 한 국민의 생명이 달린 문제에 대해서 무심한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이 알려진 뒤에, 국민들은실제로 잘못했던 당직자 두 명보다도 이들에 대한 경찰서의 태도에 더욱 분노하였습니다.

경찰서에서는 이 사건을 보고받고도 그 자리에서 징계를 내리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 대신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렸다가, 정기인사가 되었을 때 가장 가벼운 견책 징계를 내리고 자연스럽게 전보조치를 내렸습니다. 이것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은경찰들에 대해서 “제 식구는 소중하고, 고통 받는 시민은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사실우리나라 사회는 전통적으로 ‘제 식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족주의가 매우 강력한 사회입니다. 가족을 위해서라면 개인을 희생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가족에게 이익이 된다면 불법을 행하는 것이 미덕이었습니다.

당연히 다른 사람이 잘못된 일을 저질렀을 때에는 비난을 퍼붓다가도, 동일한 잘못을 자기 가족이 하게 되면 갑자기 윤리적인 기준을 바꾸어서“그게 뭐 잘못되었냐”는 태도를 보여줍니다.

지금까지는 이런 모습들이 모두 ‘가족이니까 그렇다’는 식으로 이해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변화되었습니다. 사람들은상대방을 보면서, ‘암묵적으로 합의된 사회적 윤리와 정의에 따라 사는지’를 보고 판단하고 있다.

오히려 가족이라는 이유로 불법을 눈감아주거나 처벌하는 듯 마는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해서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이제는 ‘가족주의’보다 ‘사회적 책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어느 단체이든 불법이 발견되었다면, 제 식구라도 과감하게 자르고 사회적인 책임을 져야 사람들로부터 장기적인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갈공명이 자신의 개인적인 친분에도 불구하고 군법을 어긴 마속의 목을 베었던 것처럼, 이 시대는 ‘제 식구’라도 잘못된 것을 단호하게 잘라내어서 공명정대한 정의를 세울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먼저 그런 사람이 되어보시지 않겠습니까?

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webmaster@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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