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원 논설위원 동화작가 (안산덕성초등학교 교장)

1년의 4계절 중 첫 번째 계절이며, 기상학적으로는 양력 3∼5월을 말한다. 천문학적으로는 춘분(3월 21일경)에서 하지(6월 21일경)까지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3월은 오는 봄, 4월은 머무는 봄, 5월은 가는 봄’이라고까지 이야기했다. 적어도 옛날에는 그랬다. 그러나 근래에 들어서는, 아니 올해에는 아무래도 봄이 건너 뛸 것만 같은 이상고온에 당혹스럽기만 하다.

덥다, 사람들은 벌써 봄날에 여름을 느끼고 나무들도 화들짝 놀라 성급하게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이상고온으로 일찍 꽃 피운 나무들은 꽃잎들을 속절없이 떨어뜨리고 있다. 벚나무에 바람이 스치기만 해도 흐드러진 벚꽃이 꽃비가 되어 떨어지고 있다.

이상고온으로 개화시기가 앞당겨졌다. 사람들도 꽃들도 일찍 찾아온 개화시기에 놀란 표정이다. 예년처럼 개화시기에 축제일을 맞춘 지방자치단체들도 화들짝 놀라 전전긍긍이다.

매화꽃축제, 산수유꽃축제, 미선나무꽃축제, 진달래꽃축제, 유채꽃축제, 튤립축제 등 예서제서 꽃축제 날짜를 앞당기느라 곤혹스러운 표정들이다. 꽃축제가 열리는 곳마다 사람들의 물결로 출렁거리고 있다.

예년엔 북상하는 꽃소식 따라 찾아가는 꽃축제로 즐거운 여행길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꽃이 피었다. 벚꽃이 그 대표적이 예이다. 벚꽃이 제주, 진해, 서울 등 동시에 피었다. 꽃들의 개화 순서도 파괴된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목련,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순서를 어기고 한꺼번에 화르르 피고 있다.

실제로 서울의 벚꽃이 지난 3월 28일 개화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무려 18일 빠르고, 평년보다는 13일 빠른 속도라고 한다. 특히 서울의 벚꽃이 3월에 핀 건 1922년 기상청이 벚꽃을 관측한 이후 처음이라고 하니 얼마나 이상고온이 우리 곁에 서성거리고 있는지 불안하기까지 하다.

최근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3월 서울 평균 기온은 7.9도로 106년 만에 가장 높았고, 전국 평균 기온도 평년보다 1.8도 높은 7.7도로 1973년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상기온으로 많은 꽃들이 일시에 일찍 피어난 게 좋은 것일까?

자연의 섭리대로 꽃은 저마다의 특성에 맞게 피어야 한다. 그래야만 서두에서 밝혔듯 4월은 머무는 봄이 될 수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꽃들의 재난 예고’가 아닐까 하는 우려마저 든다.

꽃이 일시에 개화함으로써 알레르기로 고생하는 사람들도 예년보다 많아졌다고 한다. 꽃가루 때문이다.

특히 지난 3월에는 최저 기온이 1도씩 오를 때마다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는 14%씩 증가했다고 한다. 도시에선 꽃가루가 공해물질과 섞여 더 강력해진다고 한다. 실제로 서울 강남역과 경기 포천 지역의 꽃가루 독성을 비교했더니 강남역 쪽이 50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는 실험 결과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기상청은 7개 대도시에서만 시행했던 꽃가루 예보를 4월부터는 전국 93개 지역으로 확대한다고 이미 지난 3월 발표까지 한 상태이다.

어디 꽃들만 비상인가? 대형마트들도 비상이다. 7일부터 9월 30일까지를 ‘하절기 식품위생 집중관리기간’으로 지정하고 여름철 식품안전 지키기 모드에 돌입했다.

예년엔 식중독이 급증하는 5월부터 9월을 집중관리기간으로 운영해 왔다. 그러나 올해엔 이른 초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리자, 이를 4월로 한 달 앞당겨 실시하는 것이라고 한다.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백화점 의류 진열대에는 벌써 여름 상품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반바지와 미니스커트, 민소매 블라우스 등이 낯설지 않다.

봄옷의 30% 정도를 여름옷으로 긴급 교체했다고까지 한다. 수도권 주요 점포에서는 봄 상품 할인행사에 나서기까지 하고 있다. 아예 물놀이용품과 캠핑장비 등을 내놓은 대형마트도 있을 정도이다.

이러다 봄은 정말 오자마자 사라지는 계절이 될 성 싶다. 누구를 탓하랴, 이 모든 것이 자업자득이다. 우리 인간이 만든 지구 온난화 결과이다.

이래저래 봄에게 미안한 마음 그지없기만 하다. 하나밖에 없는 아름다운 지구, 그 지구를 위해 다시 깊게 생각해야 할 때이다.

류근원 논설위원 동화작가 (안산덕성초등학교 교장)  kwroo54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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