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하지만 수색이 진행될수록 생존자가 아닌 시신만 발견되면서, 기적을 기다리던 가족들의 마음은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한편 안산을 둘러보면 쓸쓸한 적막함이 가득한 가운데, 시신을 이송하는 응급차 소리와 발인을 마치고 장지로 이동하는 운구차 소리,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갑자기 떠나 보내야 하는 가족과 친지들의 눈물소리만이 무거운 적막을 깨고 있습니다.

이처럼 전체적인 분위기는 침통하지만, 감사하게도 많은 국민들이 이 슬픔에 같이 동참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지난 23일 올림픽기념관에 임시 합동분향소가 설치되자 전국의 많은 사람들이 와서 희생자들을 추모했습니다. 29일 화랑유원지에 공식 합동분향소가 설치되기 전까지 무려 18만명의 사람들이 안산의 임시 분향소를 방문했습니다. 또한 전국에 설치된 17개 분향소에도 많은 분들이 방문해서,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이 당한 슬픔을 함께 나누고 있습니다.

이번 사고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진심으로 안타까워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안산에 있는 합동분향소 출구에 있는 메모게시판입니다. 조문을 마친 사람들이 형형색색의 메모지에 슬픈 마음을 담아서 붙인 게시판인데, 분향소가 세워진 지 며칠이 안되어 붙일 공간이 없을 정도로 많은 메모들이 붙었습니다. 저도 조용히 조문한 뒤에 메모들을 찬찬히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메모들은 서로 다른 색깔과 서로 다른 글씨들을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개는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혹은 “우리 어른들이 잘못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메모들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에도 왜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했었는데…왜 또 미안할 수밖에 없는 일을 만들었을까?” 지난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지면서, 1999년 씨랜드 화재사건으로, 지난 2월 경주의 한리조트가무너지면서, 아이들과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그들을 추모하며 ‘미안하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다짐이 무색하게도, 우리 어른들은 이번에 또 다시 우리 아이들과 그 가족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히고 말았습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요? 그것은 ‘그때 느꼈던 미안함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에서 언급했던 사건들이 있을 때마다, 전문가들과 언론들이 이야기했던 문제점은 늘 비슷했습니다. 예를 들면, ‘돈벌이에 급급한 이기심을 버려야 한다’, ‘안전관리 시스템과 재난대처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귀찮다, 힘들다’는 이유로 이런 주장을 눌러버립니다.

또한 사고 당시에는 미안한 마음을 가졌던 우리 시민들도 시간이 흘러 그 충격의 여파가 사라짐과 동시에, 사고를 통해 느꼈던 문제의식을 망각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또 다시 아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안겨주는 악순환이 수십 년째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 감당할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아이들과 그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면, 이제는 그 미안함을 넘어 행동해야 합니다. 그동안 나왔던 문제점인 어른들의 이기심, 그리고 안전 및 재난대처 시스템의 미비 등이 개선되도록, 이제는 정부와 공공기관과 우리 시민들이 함께 행동으로 나서야 합니다.

그리하여 이러한 비극이 재연되지 않고 사람들의 입에 다시 오르내리지 않게 될 때,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이 입은 마음의 상처가 더욱 빨리 회복될 수 있을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그들에게 줄 수 있는 진정한 위로와 공감의 자세가 아닐까요?

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webmaster@ansansm.co.kr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