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간단한 퀴즈로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우리나라의 국가(國歌)는 무엇일까요? 많은 분들이 “당연히 안익태 선생님이 작곡한 애국가”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법적으로는 우리나라의 공식 국가가 아직 없습니다. 하지만 수십 년 동안 국민의례 때 애국가를 으레 부르면서, 대부분의 우리나라 국민들은 애국가를 국가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애국가는 세 번째 소절부터 후렴이 시작되는데, 가사를 찬찬히 살펴보면 그 의미가 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선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은 우리나라가 자랑할 수 있는 유산을 보여줍니다. ‘무궁화’는 웬만한 염분이나 공해에도 끊임없이 피는 꽃으로, 우리 민족의 강인한 기상을 상징합니다. 또한 ‘삼천리 화려강산’은 우리나라 곳곳에 있는 아름다운 자연을 상징합니다. 그러고 나서 애국가는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라고 외치며 마무리합니다. 이것은 대한민국 사람이면 대한민국의 정신을 갖고 이 아름다운 유산을 잘 보전하자는 뜻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잠시 생각해봅시다. 우리는 과연 애국가에서 이야기한 우리나라의 유산을 잘 지키고 있을까요? 세월호 사고 때 선장 등 여러 책임자와 지도자들은 위기가 닥치자 자신의 책임을 포기하고 자기 목숨만 부지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즉, 최소한 지도자들은 ‘무궁화’의 기상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럼 ‘화려강산’은 어떤가요? 산들은 쓰레기로 신음하고 있고, 물은 오염되어서 20년 전에는 상상도 못하던 생수를 마시고 있습니다. 공기도 오염되어서 이제는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걱정해야 합니다. 이처럼 우리는 ‘화려강산’도 잃어버렸습니다.

우리나라는 흔히 ‘반만년의 역사’라는 말로 조상들이 남긴 유산을 자랑합니다. 하지만 그 유산이 아무리 아름답더라도 오늘날의 우리가 관리를 하지 않고 방치하거나 오히려 망가뜨리면, 그것은 머지 않아서 우리 후손들은 믿지 못할 일종의 전설로 전락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3-40년 전에 살았던 어른들은 봄철에 한번씩 진달래를 따먹고 좋아했던 추억이 다들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환경을 잘 관리하지 못하면서, 오늘날에 진달래를 먹는 사람은 완전히 없어졌다. 조상들이 물려준 화려강산을 잘 관리하지 못하는 바람에, 마음을 따뜻하게 하던 추억 하나를 결국 후손들에게 전해주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좋은 유산을 이어받고도 관리하지 못하는 모습은 곳곳에서도 드러납니다. 일전에 이야기했던 숭례문 부실 복원은 명백한 대형사고입니다. 그런데 이 뿐만 아니라, 첨성대가 점점 기울어지고 있다는 뉴스도 얼마 전에 나왔습니다. 북쪽으로 이미 200mm나 기울어져있던 첨성대의 지반이 더 약화되면서 4년새 4mm나 더 기울어진 것입니다. 이처럼 첨성대의 지반이 약해지는 원인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첨성대를 책임지고 있는 당국에서 이런 지반약화에 대한 대책을 세우기는커녕, 지금까지 단 한번도 첨성대의 지반을 점검하지 않았다는 점도 심각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이와는 반대로 이탈리아가 점점 기울어지는 피사의 사탑을 보호하기 위해서, 건축적으로 가능한 모든 수단방법을 동원하고 이를 위해서 기꺼이 10년을 폐쇄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만약 이렇게 진행된다면, 훗날 이 둘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피사의 사탑은 당연히 후손들에게 의미 있는 문화재로 남아있을 것입니다. 그 반면에 첨성대는 과거의 영화를 잃은 채, 전설만 남는 흉물로 전락할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점점 심해지는 세대간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세대 간의 갈등은 각 세대가 갖고 있는 추억과 가치들의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누린 좋은 유산들을 누리는데 그치지 말고 잘 관리해서 후손들에게 잘 물려줄 수 있다면, 세대간의 갈등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일에 우리 안산시가 먼저 앞장서서, 전 세대가 함께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공동체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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