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시간으로 지난 6월 13일 새벽에, 많은 축구팬들이 그토록 기다리던 브라질 월드컵이 시작되었습니다. 사실 어느 월드컵이나 열기가 뜨겁지만, 특히 이번 월드컵은 자타가 공인하는 축구의 나라 브라질에서 열리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도 열기가 뜨거울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예상과는 달리, 적지 않은 브라질 국민들이 월드컵 개최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브라질의 한 여론조사업체의 설문 조사 결과, 월드컵 개최에 대한 국민 지지도가 48%까지 떨어졌습니다. 이러한 여론을 보여주듯 월드컵에 반대하는 시위도 거세지고 있어서, 경찰은 급기야 실탄을 쏘기 시작했습니다.

축구를 사랑하는 브라질 국민들이 월드컵 개최를 반대하게 된 시발점은 작년 6월에 있었던 버스요금 인상이었습니다. 버스요금 인상에 의아해하던 국민들이 ‘월드컵 비용이 처음 예상보다 무려 285%나 더 증가했음’을 알게 되면서, ‘공공 인프라 및 복지로 들어가야 할 예산이 월드컵 비용에 들어갔다’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브라질 국민들은 공적 자금을 월드컵 같은 일회성 이벤트보다, 복지와 교육 쪽에 투자할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고, 버스요금 인상 반대했던 시위는 결국 월드컵 반대 시위로 확대되었습니다.

이쯤 되니까 브라질에 간 우리나라 대표 선수들이나 축구팬들이 걱정되기는 하지만, 저는그것과는별개로, 이 시위를 의미 있게 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브라질 국민들의 의식에 중요한 변화가 생겼음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바로 지금까지 브라질 사람들에게 ‘몇 안 되는 레저수단’이자 극심한 빈부격차 속에서 ‘신분 상승의 유일한 수단’이었던 축구의 굴레에서 벗어나, 더 인간다운 삶을 찾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이들의 의식이 변화된 것을 놓고, 많은 국제전문가들은 2003년부터 2010년까지 브라질 대통령으로 재임했던 ‘룰라’의 역할이 크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는 국가를 개혁하고 경제를 발전시켰습니다. 또한 3천여만 명을 극빈의 수렁에서 탈출시키며 빈부격차를 상당부분 해소하고,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 복지정책도 잘 이끌었습니다.

이처럼 안정적인 삶을 누리고 더 많은 것을 공부하게 되면서, 지금까지는 축구가 주는 즐거움으로 가난을 잊어보던 브라질 국민들이 이제 눈 앞의 즐거움을 넘어 더 넓은 세상을 보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현실이 어떠하며, 무엇이 자신과 자녀들의 삶을 가치 있게 만들 것인가를 생각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저는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번 월드컵으로 인해서, 지금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문제들이 한 순간의 재미로 잊혀지지는 않을까 염려됩니다. 그런데 우리사회는 안타깝게도 사회적인 문제가 터져서 문제의식이 생길 즈음에, 말초적인 즐거움을 주는 것들 때문에 사회 의식을 다시 잊어버리곤 했습니다.

1980년대부터 추진된 3S정책이 아주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2002년 6월에 있었던 제2연평해전도 2002년 한일월드컵으로 인해서, 너무나 쉽게 잊혀졌습니다. 저는 이번 월드컵을 보면서,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던 세월호 참사가 이전처럼 쉽게 잊혀지는 것은 아닐까 염려됩니다.

월드컵도 세계적으로 중요한 축제이기에, 충분히 즐겨야 합니다. 또한 우리나라 선수들에게도 힘찬 응원과 격려를 해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브라질 국민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즐길 것은 즐기되 사회의식은 언제나 갖고 있어야 합니다.

3S로 대표되는 말초적인 문화에 물들어서, 사회의식을 잊어버리고 세월호의 아픔을 잊어버리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늘 생각해야 할 것은 내 자신과 우리 자녀들이 인간답게 사는 방법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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