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많은 사람들을 울리고 웃기는 이슈는 뭐니뭐니해도 월드컵입니다.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서 월드컵 병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매일 새벽마다 열리는 경기를 보느라 극심한 수면부족에 시달립니다. 또한 월드컵 경기를 보고 출근하느라 지각출근을 일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의 조별예선에서 사람들을 가장 놀라게 했던 이슈는 스페인 축구대표팀의 조별예선 탈락입니다. 스페인 대표팀은 전(前) 대회인 2010년 월드컵을 우승했던, 당대 최강의 축구팀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스페인 축구가 네덜란드에게 1-5로 비참하게 깨지고 칠레에게 0-2로 지면서, 두 경기만에 탈락한 것입니다. 한 시대의 축구영웅들이 칠레와의 경기가 끝난 뒤 고개를 떨구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축구팬들은 ‘공은 둥글다’는 명언을 몇 번이고 되새겼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번 대회의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스페인이 탈락한 이유를 분석했는데, 그 분석은 대체로 비슷했습니다. 스페인 축구는 마치 탁구를 치듯이 짧은 패스를 주고받으면서 경기를 지배하는 ‘티키타카’ 전술로, 2008년부터 전성기를 누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다른 팀들은 이 ‘티키타카’를 깨기 위해서, 저마다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몇 년의 시행착오를 거쳐서 작년부터 몇몇 팀들이 ‘티키타카'를 깰 수 있는 전술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은 ‘티키타카’의 전성기가 끝났다고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스페인 대표팀은 계속 ‘티키타카’를 고집했습니다. 게다가 이것이 실패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지, 실패했을 경우에 대한 대처방법을 전혀 만들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월드컵에서 ‘티키타카’는 막혔고, 스페인 축구도 동시에 몰락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스페인 축구는 과거의 영광에 눈이 어두워져서 현실을 냉철하게 보지 못했습니다. ‘그저 잘 될 줄 알고’ 옛 선수와 전술을 그냥 답습(踏襲)했던 것입니다. 선수들은 이번 월드컵에서 우승할 수 있다고 큰소리쳤습니다. 그렇지만 변화된 현실을 외면한 ‘자신감’은 그저 자만(自慢)이 되었습니다.

물론 월드컵이라는 큰 대회를 앞두고 자만하기보다는 오히려 진지한 마음이 더 컸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스페인 대표팀은 마음 한 구석에 있었던 자만심 때문에, 스페인을 잡기 위해서 다양하게 준비했던 다른 나라보다 결과적으로 한 발짝을 덜 준비했습니다. 그 결과 그들은 결국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안고 귀국해야 했습니다.

사람의 인생에서 자신감을 갖는다는 것은 참 중요합니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변화된 현실을 직시(直視)하지 않고 가지는 자신감은 사실 자신감이 아니라 자만입니다. 이러한 자만은 스페인 축구의 경우에서처럼, 한 방울만 가슴에 떨어져도 한 개인이나 공동체에 위험한 영향을 남깁니다.

그렇기 때문에 잘나갈 때 그 성과에 도취되어서는 안됩니다. 오히려 주변의 현실을 보며 끊임없이 개혁해야 합니다. 삼성그룹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칭찬을 받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비난을 받지만, 이에 상관없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이라는 것은 다들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삼성이 이렇게 될 수 있었던 이유도 한참 잘 나가던 1993년 6월에 이건희 회장이 외친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 이 한 마디 때문이었습니다. 이 회장의 이 선언도 어찌 보면 잘나가던 성과에 만족하기보다, 변화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의미의 외침이었습니다.

그 동안 우리 사회는 ‘전통을 지켜야 한다’, ‘돈이 없다’ 혹은 ‘지금까지 별 문제가 없었다’는 이유로, 기존의 체제를 비판하고 바꾸는 것을 싫어했습니다. 그러다가 문제점이 쌓이고 쌓여서 비극적인 사고가 터지고,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했던때가 많았습니다.

세월호 참사 등 최근에 일어난 사고들이 다 이렇게 해서 일어난 것들이었습니다. 이제는 이런 비극을 당연하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비극이 일어나기 전에, 현실의 변화를 미리 내다보고 그에 맞추어 과감하게 변화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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