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물건 중에 아끼는 게 몇 있다.

못난이 삼형제 인형과 닳고 닳은 오뚝이 인형, 그리고 고장 난 회중시계 등이 있다. 그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이 오뚝이 인형이다. 세월을 견디지 못해 색깔도 다 바래지고, 기능만 살아 움직이고 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오뚝이 인형을 톡톡 건드리며 마음을 다잡곤 했던 적이 있다. 요즈음 그 오뚝이 인형을 툭하면 건드리곤 한다.

세월호의 아픔이 우리의 삶터 안산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아픔의 중심에 있는 우리의 삶터가 슬픔을 딛고 언제 다시 일어설지 아무도 모른다. 아직도 그 바다엔 실종자들이 있다. 단원고 학생들이 있고 선생님들이 있고 일반인들도 있다.

이 답답함이 언제쯤 가실지 세월호 희생자와 실종자들의 아픔을 치유할 대책이 하루 빨리 나와야 한다. 정치인들의 하는 짓을 보면 참으로 답답하기 그지없다. 선거와 맞물려 도대체 신뢰란 손톱만큼도 없어 보인다.

그 와중에 대형사고가 쉬지 않고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2호선 상왕십리역 지하철 추돌 사고, 고양종합터미널 화재사건, 장성 효사랑요양병원 방화사건, 그리고 대형 사고로 번질 뻔 했던 도곡역 방화사건 등….

게다가 세월호의 실제 책임자 유병언과 그 일가가 아직도 잡히지 않고 있다. 그들에 대한 지명수배가 내려진 지 열흘이 넘었지만,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수많은 제보와 도주 경로 일부가 포착되기는 했지만, 결정적 단서 확보는 아직도 없다. 수사 장기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괴소문도 확산되고 있다. 검찰과 경찰이 유병언 일가를 ‘못 잡는 게 아니라 안 잡는다’라는 해괴망칙한 괴소문이다. 하도 어수선하니 그런 괴소문이 나올 법도 하다.

한 나라의 암적 존재는 많이 있지만, 그 중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마피아 집단을 들 수 있다. 범죄 조직인 마피아 집단들은 한 나라의 경제, 문화, 사회 등 전반적인 분야에까지 암세포처럼 스며들어 나라를 부패시키고 있다. 오죽하면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탈리아 조폭 마피아에 경고의 메시지까지 전했을까?

우리나라에서도 이 마피아와 합성된 자학적인 신조어들이 판을 치고 있다. 다 자업자득이다. 그 중 ‘관피아’가 대표적이다. 관피아는 ‘관료와 마피아’를 합친 말이다. 관피아는 ‘퇴임한 공직자가 관련 기관이나 기업 등에 재취업해 로비스트 역할을 하며 사적 이익을 좇는다’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그 사적 이익을 관행처럼 여겨 구속되는 사람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예서제서 나오고 있다.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대통령마저도 ‘관피아 척결’이라는 말을 했을 정도이다. ‘해피아’는 그 중 가장 중심에 서 있다. 해양수산부의 퇴임 관료들이 해수부 산하기관 14곳 가운데 11곳을 장악하고 있다고 한다. 해피아의 부실감독이 세월호 침몰에 영향을 미쳤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해피아뿐 아니다. 법피아, 모피아, 조피아, 산피아, 국피아 등 관피아는 공공기관 곳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다.

우리나라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실망을 넘어 절망마저 든다. 우리의 재난안전시스템 수준은 완전 후진국 수준이다. 정말 창피하고 부끄럽다. 얼마나 많은 사고가 나고, 얼마나 많은 희생자가 나와야 우리나라가 변화할 것인가? 열심히 살려는 사람들조차 의욕과 사기가 꺾이고 있는 요즈음이다.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눈물을 흘렸다. 이번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며 국민과 유가족들에게 고개 숙여 사죄했다. 대통령의 눈물은 국가 개조의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표출이라 믿는다. 이번 기회에 우리 사회에 관행적으로 뿌리 내린 악, 곪고 있는 암덩어리들을 인정사정없이 제거해야 한다.

우리는 IMF의 깊은 수렁에서 빠져나온 슬기로운 국민이다. 그 당시 정부는 정부 기관 및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기업은 근로자들의 임금과 생산비를 줄여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우리 국민들은 씀씀이를 줄이고 금 모으기 운동과 달러 모으기 운동 등에 적극 참여했다.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 IMF 국난을 극복했다. 그러기에 우리는 위대한 민족이다.

세월호의 비극은 절대 잊혀져서는 안 된다. 그 아픔을 딛고 우리는 다시 오뚝이처럼 일어서야 한다. 아픔을 함께 나누고 세월호의 아픔이 우리나라 재도약의 발판이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 안산이 그 중심에 서서 재도약의 횃불을 지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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