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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회장은 장례식장을 맡아 경영하면서 나름의 원칙을 세웠다. 처음 운영할 당시에는 아무런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막막했지만 과거 부모님의 장례를 떠올리면서 우선적으로 상주들의 불편을 가장 먼저 생각했다. 그래서 찜질방 베개 100여개를 구입해 상주와 가족들의 편의를 도왔고 생수통을 얹어 사용하는 정수기가 다소 비위생적이라는 생각에 비용은 들어가지만 보다 안전한 정수기를 설치했다. 장례식장을 찾는 상주와 손님들에게 깨끗한 물을 공급하기 위한 그만의 철학인 셈이다.
이외 일반적으로 타올을 구입해 사용하던 것을 호텔에서 사용하는 것처럼 무료로 제공했으며 한번 사용하고 버리기 아까운 칫솔과 세면도구 등도 무료로 제공해 상주들에게 최대한 편의를 도왔다. 박 회장은 과거는 수익위주의 운영을 했다면 이제는 이웃 간의 정을 생각해서 판매하지 말아야 할 물건은 서비스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런 박 회장만의 올바른 장례문화 철학이 지금의 제일장례식장을 있게 했다.
지난 3월19일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열린 장례업협회 창립44주년 기념식에서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전국에서 유일하게 보건복지부장관상을 수상했다. 박 회장은 한발 더 나아가 요즘 자주 발생하는 심장환자를 위해 장례식장 입구에 심장제세동기를 구입해서 설치했다.
장례식장을 찾는 손님들의 안전을 사전에 예방하겠다는 의지 때문이다. 박 회장은 초대 안산시의회 의원을 지냈으며 안산시의정동우회 회장과 현재 한국장례업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으면서 장례문화 개선에 몸소 앞장서고 있다. 다음은 박일도 회장과의 일문일답.
▲ 세월호 희생자 장례비의 수익금을 단원고에 기부하였는데 동기는?
사업의 특성상 어쩔 수 없다 해도 이웃의 슬픔으로 수익이 생겼다는 것에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벌써 일 년 전의 일이지만 온 국민이, 특히 이웃들이 비통해 하는데 제 주머니에 돈을 챙긴다는 것이 부끄러웠고요. 그 돈은 제 돈이 아니었습니다.
▲ 중학교에 입학하는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서도 교복을 선물했는데요.
단원고 아이들의 장례를 치르면서 그 아이들이 입고 있었던 교복과 체육복을 보고 지역의 아이들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지역의 특성상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이 많습니다. 특히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처음 입을 교복마저 걱정해야 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교복을 선물하게 되었습니다.
먼 길 떠나 별이 되고 꽃이 되었을 단원고 아이들에게 스스로 약속한 일이기도 하고요. 앞으로도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힘이 되는데 노력할겁니다.
▲ 희생자들이 몇 명이나 장례를 진행 했으며 당시 심정은 어떠했습니까.
50명 정도의 아이들과 선생님을 배웅 했습니다. 모든 어른들이 그러했듯이 미안했지요. 어른들의 욕심과 이기로 아이들이 희생됐으니까요. 많이 울었습니다. 특히 가족들을 생각해 소리 내 울지도 못하고 구석에 숨어 숨 죽여 우는 아버지들의 뒷모습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먹먹합니다. 아직도 가끔씩 그 아이들의 모습이 떠오르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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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꽃이 피내요. 아이들을 배웅 할 때 꽃이 만발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아이들의 마지막 모습을 보지 않을 것을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이 땅에 살고 있는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미안하지요. 저는 장례업을 하게 된지는 3년여 밖에 안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얻은 답이 있습니다. 상주의 입장으로 돌아 가자였습니다. 기준을 거기에 두고 시설도 개선하고 운영도 상주의 입장을 우선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장례식장과는 다른 변화가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노력들을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에서 격려하려 한 것 같습니다. 장례문화 발전과 헌신적 사회봉사의 공로로 받게 되었습니다.
▲ 다시는 세월호 사고가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고 보는데, 박 회장님의 생각은.
두 말 할 필요 없이 전 국민의 생각이고 저 또한 같은 생각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 하겠지요. 말이나 구호에 그치지 않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일은 어른들의 몫이라 생각합니다. 변화란 것이 거창한 것만이 아니라 주변의 소소한 것들부터 변해야 한다고 봅니다. 세월호 참사가 일 년이 지난 지금 무엇이 변했는지 살펴 볼 때입니다.
▲ 제일장례식장을 운영하는 방향이 있다면.
여러 가지의 사업을 해 보았습니다만 장례업은 특별한 사업인 것 같습니다. 첫째는 상주의 입장으로 돌아 가자이고 둘째는 나누자 입니다. 상주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불편한 게 보이고 그것을 충족시키려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부모 형제를 먼저 보낸 이들의 마음을 보듬으려 최선을 다하는 것이지요.
또 장례업은 지역민들이 이용 해 줌으로서 운영이 됩니다. 따라서 수익의 일부는 어려운 이웃과 나눠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눌 수 있는 것을 가진 것이 행복이고 나누는 것은 더 큰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 올바른 경영에 대한 박 회장님의 철학은.
거창하게 철학이랄 건 없고요. 경영을 총괄하고 있는 아들에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장사꾼은 더하기만 잘하지만 사업가는 나누기를 잘 해야 한다.’라고. 저희 장례식장에 지금도 아무도 찾지 않는 이의 빈소가 마련돼 있습니다. 비용은 누구에게도 청구할 수 없지만 쓸쓸히 그냥 보낼 수 없잖아요. 누구인지 모르지만 많은 장례식장을 두고 저희 장례식장으로 오시게 된 고인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당장의 수익만 생각한다면 더하기만 잘하면 되겠지만 사업은 장기적으로 사회적 관계를 생각해야 합니다. 내가 나누어 줘야 다른 사람도 내게 나눠 주는 건 사람살이의 이치가 아닌가 합니다. 나눔은 경영의 씨앗이라 생각합니다.
▲ 안산시민들에게 당부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감히 제가 시민들께 당부 드릴 건 없고요. 대신 약속을 하겠습니다. 시민 여러분이 좀 더 편안하고 깨끗한 분위기에서 부모 형제들의 마지막을 배웅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비용의 절감과 투명성은 물론이고 어려운 이웃들과 나누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장기준 기자 gijun@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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