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시청 유도팀을 실업최강의 팀으로 성장시킨 이용호 감독

안산시청 여자유도팀이 실업유도의 최강으로 손꼽히며 우리나라 여자유도계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최근 끝난 2015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안산시청 정보경 선수는 -48kg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처럼 안산시청 여자유도팀은 각종 대회에 출전해 우수한 성적을 올리며 안산시의 명예를 드높이는 등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그 이면에는 선수들의 뛰어난 기량과 함께 유도팀을 이끌며 지도하고 있는 이용호(50) 감독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레 높아지고 있다.

훌륭한 선수를 배출하는 이면에는 반드시 ‘명장’이 있기 때문이다. 대전체고와 한국체대를 나온 이 감독은 선수로서는 뛰어난 성적을 올리거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선수를 육성하는 지도자로서의 그의 빛나는 모습은 탁월했다.

지난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김민수를 비롯해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과 2010 월드마스터즈대회, 월드컵 대회 등에서 금메달을 따낸 황예슬과 이정은 선수를 키워냈다. 두 선수는 관산중 제자이기도 하다.

그는 중학교 유도의 산실로 자리잡은 관산중학교 유도부 감독을 지냈다. 지난 2009년부터 2005년까지 무명의 관산중 유도부를 맡아 일약 최고의 유도명문으로 일궈냈다. 관산중을 나온 제자들의 활약도 대단하다.

그는 관산중 감독으로 재직하다 초대 안산시청 여자유도부 감독으로 스카우트됐다. 안산시청 여자유도팀은 지난 2005년 12월30일 창단됐다. 당시에는 이현경 플레잉코치와 김봄 선수 등 3명으로 구성된 초미니 팀이었다.

하지만 그의 지도를 받은 선수들은 창단 첫해부터 돌풍을 일으켰다. 창단 후 4개월 뒤에 열린 2006 춘계 전국실업유도 최강전에서 이현경 플레잉코치가 +78kg 금메달을 획득하고 63kg급 김봄이 은메달을 차지하는 성과를 올렸다. 단숨에 안산시청 여자유도부가 전국 실업팀과 대학팀들의 경계대상으로 떠오른 것이다.

창단 이듬해에는 정지선(48kg), 김미화(57kg), 최영민(70kg) 등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새로 영입해 국내외 대회서 잇따라 우승하며 여자 실업유도의 지각변동을 예고하며 단번에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더욱 놀라게 한 사실은 2007년 다마스쿠스 국제유도대회에서 정지선과 김미화, 이현경이 체급 우승을 차지하고, 최영민이 3위를 차지하는 등 출전선수 전원이 입상해 국제유도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어 개최된 대회에서도 이현경이 전국체전 무제한급서 우승하고, 정지선이 추계 실업유도최강전과 탐라기 대회에서 연속 우승하며 실력이 우연이 아님을 입증했다.

그는 여자팀이 최정상에 군림한 비결에 대해 자신보다는 안산시와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먼저 우수선수 영입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안산시의 적극적인 뒷받침과 제종길 시장을 비롯한 시관계자. 체육회 등의 적극적인 관심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나아가 선수와 지도자간 신뢰를 구축하고 현재보다는 미래의 가능성을 보고 잠재력 있는 선수들을 영입해 지도한 것이 상당한 효과를 봤으며 관산중 선수들을 연계 육성한 것도 기량향상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그는 선수지도에 있어 인성과 예를 중요시한다. 투기종목으로서 확실한 목표를 가진 선수만이 경기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그만의 소신을 가지고 있다. 그는 선수들에게 ‘꿈이 없는 선수는 선수가 아니다’는 자신의 평소 신념으로 선수들을 지도하고, 분명한 자신의 포부를 가진 선수들을 영입하고 정신력과 소통을 무엇보다 강조하고 있다.

2015 여명컵 전국유도대회에 참가한 이용호 감독과 선수들

그 때문인지 안산시청 여자유도팀은 이후에도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리며 실업최강의 모습을 보여줬다. 2010년 국가대표급인 황예슬(70kg)과 이정은(+78kg), 기대주인 소미(57kg)의 가세로 맹위를 떨쳤다.

현재 안산시청 여자유도부는 이용호 감독과 이현경 코치, 정보경(-48kg), 남지영(-52kg), 소미(-57kg), 황예슬(-70kg), 홍은미(-78kg), 이정은(+78kg) 선수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중 정보경, 황예슬, 이정은은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있고, 홍은미는 농아인 국가대표다.

황예슬은 2011년 오스트리아 월드컵과 아시아선수권서 금메달을 획득했으며 여명컵 대회 단체전 2연패, 회장기대회 첫 우승, 추계 전국실업연맹전 우승 등 단체전 3관왕에 올랐다. 2012년 올림픽에서는 아쉽게 5위에 머물렀지만 2013년 아시아선수권 3연패를 달성하며 녹슬지 않은 기량을 꾸준히 보여주고 있다.

이정은은 몽골 월드컵 금메달, 2010 그레미컵 전국유도대회 첫 단체전 우승을 차지한 것을 비롯 개인전서 7개의 금메달을 수확했으며 지난 2013년 아시아선수권 우승, 카잔 하계유니버시아드 단체전 우승, 인천 아시안게임 은메달을 따냈다.

청각장애인 선수인 홍은미는 전국대회 금메달에 이어 소피아하계농아인올림픽대회서 70kg과 무제한급을 동시에 석권하며 2관왕에 오르는 등 국제대회서만 7개의 금메달을 따냈다.

정보경은 지난해 여자 최경량급인 48kg급으로 안산시청에 가세해 올해 유러피안오픈대회 우승, 여명컵대회 단체전 우승에 이어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그는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을 포함 세 차례 맞붙어 모두 패했던 세계랭킹 1위 몽골의 우란체체그를 준결승에서 꺾으면서 2016년 브라질 리우 올림픽출전권을 획득했다. 유도계는 정보경을 내년 올림픽에서 금메달에 가장 근접한 선수로 평가하고 있어 내년 올림픽이 더욱 기대되고 있다.

남지영, 소미도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높은 기량을 선보이며 안산시청 여자유도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있다. 선수들은 후배양성을 위해 관산중 등에서 재능기부에 앞장서는가 하면 대회 포상금을 훈련용품으로 기증하거나 불우이웃에 보태는 등 선행도 금메달감이다.

이 감독은 안산시청을 최고의 실업 명문팀의 반열에 올라 놓은 공로로 지난 2012년 체육훈장 기린장을 수훈한데 이어 경기도내 일선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2013년 태국 방콕에서 열린 국제심판테스트에 응시해 어학과 실전기능시험을 모두 통과해 국제유도연맹(IJF) 국제심판자격을 취득했다.

이보다 앞선 2007년에는 수원대학교에서 박사학위까지 받은 학구파 ‘박사 감독’이기도 하다. 현재 대한장애인유도협회 심판위원장도 맡고 있다.

이 감독은 “유도팀의 경우 상대할 수 있는 팀이 있어야 연습이 가능하고, 특히 우리는 선수가 6명밖에 없어 8체급인 단체전에서 상대팀에게 2패를 안고 시작하기 때문에 우승문턱에서 주저앉는 경우가 있다. 현실적으로 더 많은 우수선수를 확보하고 싶은 욕심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이용호 감독과 선수들의 바람은 이제 내년 올림픽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다. 2012년 런던올림픽의 아쉬움을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는 반드시 금메달로 보답하겠다는 각오로 똘똘 뭉쳐있다. 이를 위해 이 감독과 이현경 코치, 선수들은 상록구 사동 구 상록구청사에 마련된 전용 훈련장과 태릉선수촌을 오가며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장기준 기자  gijun@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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