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만 있고 ‘사과’는 없다

최근 새누리당 소속 주요 정치인들의 탈당이 줄을 잇고 있다. 원외 당협위원장과 그로부터 공천을 받은 시의원 및 지난 4.13 총선에서 고배를 마신 국회의원 후보 등은 이미 탈당관련 기자회견이나 보도자료를 통해 이러한 사실을 대내외에 알렸다.

향후 지역 국회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도 조만간 탈당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러한 탈당과정에서 당연히 있어야 할 지지자 및 당원들에 대한 ‘사과’는 쏙 빠져있다.

지난 4.13 총선에서 현 박순자 국회의원으로 인해 공천을 받지 못한 허 숭 전 경기도대변인은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탈당관련 입장과 바른정당 입당 소식을 전했다.

허 숭 전 대변인은 보도자료에서 “참회나 책임이라는 것은 용서를 구하고 부끄러워하고 진정성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현재 새누리당의 모습에서는 전혀 이런 모습을 볼 수 없다”며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새 정치로 대한민국을 더 위대하게 만드는 일에 동참하겠다.”고 탈당 및 바른정당 입당의 당위성을 설파했다.

현재 새누리당의 상황에서는 더 이상 새 정치를 펼치기에 한계점을 느꼈다는 말로 풀이할 수 있다. 사실상 현재로서 당선 가능성이 희박한 당을 떠나는 것이다.

1월 12일 오전에도 지역 내 새누리당 소속으로 활동하던 정치인들이 대거 탈당했다. 그리고 바른정당에 입당했다.

상록갑 지역에서 활동 중인 이화수 당협위원장, 김정택 시의원, 윤태천 시의원이 바로 탈당의 주인공들이다. 새누리당 정치인으로서 탈당을 공식 발표한 첫 기자회견이었다. 기자회견 문에는 “현재와 같은 정치 상황에서는 더 이상 시민을 위한 정치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탈당 배경을 피력했다.

그런데 지난주 탈당의사를 밝힌 안산지역 내 정치인들은 하나 같이 ‘탈당’의사와 배경만 설명하고 그들을 만든 새누리당 지지자에게의 ‘사과’는 없다.

기자회견 장에서 혹은 기자회견문에 담긴 그들의 입장은 한결같이 ‘새정치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둥지를 떠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바른정당’에 입당한다고 해서 지지자들도 모두 이들의 입장에 동의한다고 보면 오산이다. 일부 지지자들은 ‘의리(?)’를 내세워 새누리당에 남아 있을 수도 있고, 또 일부는 새누리당의 정치에 식상한 나머지 타 정당을 맘속에 품을 수도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들을 당선시키고 중대한 직책을 맡긴 새누리당의 지지자 및 당원들에게 사과부터 해야 하는 게 제일 우선 시 되어야 하는 행동이 아닌가 감히 말하고 싶다. 과거에 선부동 등 단원갑 지역에서 출마만 하면 당선되었던 천정배 의원이 있었다.

그는 안산시를 떠나면서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더 큰 정치를 하겠다”며 안산을 떠났다. 안산에서 기자회견을 연 것이 아니라 서울에서 먼저 지역구를 떠나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당시 지지자들은 ‘지역민을 우습게 생각했다’고 여겨 상당한 배신감을 느꼈다. 그를 국회의원 다선으로 만들었던 지지자들(당원)에 대한 배려가 없었던 것이 바로 그 ‘배신감’의 바탕이다.

최근 새누리당을 탈당한 정치인들에게서 아쉬운 점은 과거 천정배 의원을 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떠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떠나는 이유가 아니라 바로 항상 곁에서 응원하며 묵묵히 지지해준 사람들에 대한 ‘사과’다.

김석일 기자 mo33mo@ians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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