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신임 주민자치위원 위촉식에 참석했습니다. 다들 처음 만나는 자리였습니다. 순서대로 자기소개를 하자는 동장님의 말씀에 신임 위원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자기소개를 하고 앉았습니다.

저도 당연히 제 소개를 해야 했습니다. 제 소개를 하고 나니 모두들 웃으며 박수를 쳐 줬습니다. 모든 순서가 끝이 나고 점심식사를 하러 가는 길에 한 여성위원께서 제 옆으로 오더니 “목소리가 참 좋으세요”하시며 인사를 건네주셨습니다.

당연히 기분이 좋았습니다. 저는 목소리가 좋다는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방송기자가 될 지, 신문기자가 될 지 고민하던 대학 4학년 때 “네 목소리가 좋대”라던 누나의 한마디에 방송기자가 되기로 결심을 했고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한 곡 부르고 나면 박치 임에도 불구하고 쏟아지는 박수를 받기도 합니다.

모두 목소리 때문입니다. 저를 어디서 봤느냐에 따라 저에 대한 이미지도 달라집니다. 뉴스를 진행하던 앵커로서 또는 행사 사회자로 처음 저를 본 사람들은 “냉철할 것 같다”, “차분하다”, “실수가 없을 것 같다”라는 평가를 하고 사적인 대화를 나누고 나면 “다정다감하다”, “부드럽다”라고 평가합니다. 목소리에 따라 이미지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목소리가 이미지입니다. 목소리는 곧 자신입니다. 다른 사람은 목소리를 통해 나를 읽고 나를 파악합니다.

목소리는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오랜 습관에 의해 형성된 것입니다. 그렇기에 목소리는 그 사람에 관한 정보들을 그대로 노출시킵니다. 감출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버드 대학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청중의 80% 이상은 말하는 사람의 목소리만 듣고도 신체적, 성격적 특징을 규정짓는다고 합니다.

사람의 목소리에는 성별, 나이, 출신 지역, 감정, 건강 상태, 지적 수준 등 수많은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보이지는 않지만 사람의 이미지 형성에 가장 강력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목소리인 것입니다.

몇 해 전 TV에서 한 아이돌 여가수에게 이상형이 어떤 사람이냐고 MC가 질문을 했습니다. 그때 여가수가 했던 대답은 “잘생긴 남자 보다 목소리가 좋은 남자가 좋아요”였습니다. 최근 유명 배우와 열애설에 휩싸인 뮤지컬 배우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상형에 대한 질문에 “노래를 잘할 필요는 없지만 일상생활에서 대화하는 목소리가 좋았으면 한다.”며 “내가 말을 애교 있게 쫑알쫑알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남자 친구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자꾸 말을 하게끔 하는 목소리였으면 좋겠다.

버터 같은 소리 말고 듣기 편하고 좋은 목소리”라고 언급했습니다. 여러분은 누군가를 만났을 때 어디부터 주목하십니까? 먼저 눈이 갑니다. 눈이 가요 눈이 가. 눈이 가는 곳을 대충 따라가 보면 외모입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눈이 갑니다. 잘생겼나? 예쁘나? ‘간지’가 있나 없나? 키가 큰가 작은가? 그리고 나서 주목하는 것이 목소리입니다.

이제 귀가 움직일 때입니다. 목소리에 귀가 갑니다. 목소리는 방점이요, 화룡점정이 됩니다. 아무리 잘생기고 예뻐도 목소리가 아니라면 ‘깬다’라고 말합니다. 깨는 목소리가 주는 부조화만큼 어색한 것도 드뭅니다. 여러분의 목소리는 깨는 목소리입니까? 매력적인 목소리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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