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에선 각종 단체가 주최하는 행사에 전국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이색풍경이 눈에 띤다. 보통 행사는 개회사로 시작해 간단한 내빈소개와 주최 측 인사말에 이어 주요 인사들의 축사로 이어진다.

그런데 어찌 된 것인지 그 귀중한 시간을 행사 내용보다도 내빈소개로 많이 허비한다. 그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더 웃기는 것은 내빈 축사다.XX기관장 대신 00사모님이 참석하셨습니다. 사모님께서 축사를 하시겠습니다. 소개가 되면 박수를 치고 그 부인은 무대로 등장해 축사랍시고 이런저런 말을 한다.

축사가 끝나면 박수를 친다. 이곳에서는 기관장 대신 부인이 축사를 하는 특이한 행위가 이루어지고 있다.행사 주최 측이 XX기관장에게 축사를 부탁했다면 기관장이 참석할 수 없을 경우는 기관장을 대신해 부기관장 또는 관련부서의 장이 참석, 축사를 해야 한다.

그것도 자신의 생각이 아닌 기관장이 써준 축사를 대독해야 한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기관장 부인이 축사를 대독하는 것도 아닌 자기 생각으로 말한다.예를 들어 대통령에게 축사를 부탁했는데 대통령 부인이, 또 국무총리에게 축사를 부탁했는데 총리부인이 참석, 축사를 한답시고 자기 생각으로 구접을 떠는 그런 행사 지금까지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 이 지역에서만 유일하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축사 부탁을 받고 부인을 대신 보내는 기관장도, 기관장 대신 부인이 참석했다고 부인에게 축사를 시키는 주최 측도, 남편 대신 축사하는 사람도, 모두가 똑 같으니 누구를 탓할 순 없지만 잘못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XX기관장을 대신한다는 말을 하지 말고 00저명인사 00여사께서 축사를 하시겠습니다. 그렇게 하면 그걸 잘못 됐다고 말할 사람이 있겠는가?가족은 가족일 뿐이다. 남편이, 아버지가 기관장이라고 가족 모두가 기관의 장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을 착각하고 경거망동한 행동들을 해서는 안 된다.

최근 군대 내에서 일어난 사건이 있다. 모 대장 부인이 자신도 대장인 양 아니 대장인 남편보다도 더 심한 행동을 했다.공관병에게 전자 팔찌를 채워 걸핏하면 불러 아들 속 옷 빨래며 이런저런 일을 시켰다. 마치 몸종 부리듯 했다 한다.

기관장부인이 기관장을 대신해 행사장을 돌아다니며 축사를 하는 것이나 군대에서 대장 부인이 자신도 대장처럼 공관병을 부리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좋은 사회는 정의로워야 한다. 옳고 그름이 분명해야 한다. 해야 할 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가릴 줄 알아야 한다.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 잘못된 것을 방치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왜들 침묵하는가? 침묵만 하는 게 아니라 바른 말하는 사람을 싫어하는가. 그런 사회는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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