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자주 사용하는 단어 중에 염치(廉恥)가 있다. 염치의 의미는 ‘체면을 생각하거나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다.염(廉)은 ‘청렴할 염’이다. 청렴할 염은 겸손하다, 곧다, 바르다는 뜻을 지니고 있어 ‘욕심이 없으며 청렴을 지키는 태도’라고 의미를 풀어 쓸 수 있다.

치(恥)는 ‘부끄러울 치’다. 말 그대로 ‘부끄러워할 줄 아는 마음’이다.한문학자 장유승은 ‘길에서 만난 고전’에서 “염(廉)은 청렴을 지키는 태도, 치(恥)는 부끄러워할 줄 아는 마음을 말한다. 전국시대 제나라 명재상 관중(管仲)은 인류의 염치는 나라를 지탱하는 네 개의 기둥이라고 했다. 조선왕조가 500년 간 지탱할 수 있었던 것은 예(禮)의 염치라는 기둥이 튼튼했기 때문이다.”라고 얘기한다.

예전에는 이처럼 관계 속에서 무엇보다도 염치가 가장 중요한 덕목이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요즘 시대도 사람이 살아가면서 기본적으로 갖춰져야 할 인성 중의 하나가 바로 ‘염치’일게다.하지만 지역사회의 오피니언 리더 중에서 염치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소연하는 이들이 부쩍 많아지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누가 봐도 인구 73만명의 도시를 이끌고 나갈 식견과 자질, 함량 등이 모자라는 사람인데 기초자치단체장에 도전하겠다고 나선다는 것이다. 염치가 없어도 너무 없다는 반응이다.더더욱 염치없는 행위는 무엇을 소중히 여기는 가치관이나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국회의원 배지를 달겠다고 덤벼드는 정치인이다.

시민을 대표하는 시의원이나 도의원이 되고도 제 구실을 못하면 그것 또한 염치없기는 매 한가지다.그런가하면 얼굴 내세우기 좋아하는 일부 사람이 사회단체장이나 향우회장 등을 맡아 전임 회장과 회원들이 어렵게 모아 놓은 공적인 성격의 회비를 개인 주머니 쌈짓돈처럼 써버리고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는 것도 그렇다.

공금낭비가 부끄러움인지 조차도 모르는 염치없는 이들은 지역사회의 또 다른 단체로 옮겨 다니며 회장이나 돈을 만지는 직책을 맡아 부끄러운 짓을 반복하고 다녀 염치없기는 마찬가지다.염치없는 경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공직자가 시민을 위해 행정서비스를 제대로 해야 하는 일은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승진 자리만 탐하는 것도 염치없는 행위다.

어떤 단체에서든 회장 리더십의 소양을 갖추지 못하고 회장 자리를 탐하는 것도 염치가 없는 것이다.조직이나 단체의 구성원으로서 해야 할 도리는 외면한 채 자신의 사리사욕만 채우는 사람도 몰염치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옛말에 ‘새 바지에 똥 싼다.’는 속담이 있다. 염치없는 행동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우리 모두가 새 바지에 똥 싸는 염치없는 행동을 하지 않는 지역사회에서 사는 것을 기대함이 무리일까?

여종승 기자  yjs499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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