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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국가’는 정치적 선택의 문제다고영인 (사)모두의집 이사장
  • 안산신문
  • 승인 2017.10.25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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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정에 인사를 드리러 다니다보면 노인기초연금에 대해 하소연하는 할머니들이 계신다. 현재 노인연금 20만원이 하위 70%에게 적용되다보니 혜택을 못 보는 노인들이다. 어렵게 살다가 간신히 집하나 마련해서 살고 있는데 별다른 수입이 없기 때문에 그 연금을 자신들도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내용이다. 안타까운 사연이다. 나는 앞으로 노인 연금도 소득에 상관없이 모든 노인들에게 적용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부자들은 재산세든 소득세든 별도의 세금을 부과하면 된다. 노인들에게 다양한 사정을 따지기 전에 기본적 생활 안전판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지급대상을 구분하기 위한 조사행정비용도 들 필요가 없게 된다. 이것이 ‘보편적 복지’의 영역이다.

나에게 ‘보편적 복지’ ‘복지국가’에 대해 눈을 뜨게 해준 계기는 2010년 경기도에서의 초중 무상급식 전면 실시였다. 어려운 사람에게만 혜택이 주어지는 ‘선별적인 복지’가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조건 없이 적용되는 ‘보편적 복지’는 새로운 개념이었고 신선하게 다가왔다.

보편적 복지에 대한 관심은 이후에 ‘복지국가 소사이어티’라는 시민단체와의 만남으로 이어졌다. ‘복지국가’에 대한 학습을 하고 이후 ‘(사)모두의집’을 차려 연구를 진행하면서 나의 정치적 목표와 활동방향은 분명해졌다. ‘높은 복지’가 ‘높은 성장’과 함께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스웨덴을 통해 확인하는 순간은 ‘환희’ 그 자체였다.

당시에는 복지에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낭비이고 성장을 가로막는 것이라는 편견이 사회적으로 광범위하게 있었다.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 경제위기를 맞이하고 저성장의 기조가 대부분이던 시절에 스웨덴은 특별한 과정을 밟아 왔기 때문이다.

국민에게 높은 복지를 제공하면서도 고성장을 유지하는 이상적 모델을 보여주고 있었다. 물론 높은 세금도 있지만 이는 국민들이 ‘고복지’와 ‘고성장’을 위해 기꺼이 감당하고 있다. 본인이 낸 세금보다도 혜택이 더 크다는 확신을 갖고 있는 것이다.

복지와 성장이 동시에 가능한 것은 복지혜택과 함께 경쟁력이 높은 산업은 적극 지원하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은 도태시키는 국가정책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사회적 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한국의 쌍용자동차 노동자에게 해고는 절망이었고 급기야 죽음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스웨덴에서는 경쟁력을 잃은 기업에 대해 노사가 합의하여 폐업하는 일이 다반사로 이루어진다. 사회적 안전망에 의해 신성장 산업으로의 안정적 전환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실업수당과 체계적인 재교육과 재배치가 이루어지기에 망해가는 기업에 무리하게 매달릴 필요가 없다. ‘해고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이 될 수 있는 나라’라는 것은 우리에게는 상상할 수도 없었기에 신선한 충격이었다.

나는 복지국가가 우리를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질병을 치료하는 ‘약’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성장동력’이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다. 그렇다면 복지국가는 어떻게 건설해야 하는가? 경제성장이 자동적으로 복지국가로 발전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판이다. 즉 성장의 결과물로 복지예산을 조금씩 늘리면 저절로 복지국가가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민과 정치세력들의 선택과 결단이 요구된다. 확고한 정치철학을 갖추고 전 사회적 복지국가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실천을 하는 국민에게만 ‘행복한 나라’라는 하늘의 선물이 주어진다.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신자유주의를 선택한 미국, 영국이나 저복지의 남유럽의 길을 갈 것인가? 아니면 복지국가를 택한 북유럽의 길을 갈 것인가? 선택은 자유지만 그 결과는 엄청난 차이를 가져온다

. ‘정치 경제적 안정과 높은 수준의 고른 국민행복을 가져오느냐’ 아니면 ‘양극화의 늪에서 고통 받는 다수의 국민을 양산하느냐’의 차이다. 똑같은 자원으로도 국가운용방식에 따라 나라의 운명은 달라진다. 복지국가를 이룰 수 있는가의 여부는 궁극적으로 정치적 선택의 문제인 것이다.

안산신문  ansam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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