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일을 내 일처럼 참견하고 간섭하는 사람들에게 ‘오지랖이 넓다’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때때로 오지랖이 넓은 사람들을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속으로는 이해를 못할 때가 많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의 일에 흥미는 있지만 내 일처럼 발 벗고 나서서 관심을 갖거나 돕는 것을 불필요하게 생각하고 기피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오지랖이 넓은’ 사람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남의 일을 내 일처럼 생각하는 ‘오지랖이 넓은 사람’은 언제나 우리 가까이에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돌고래형 상사’입니다. 돌고래는 동료가 쓰러지면, 내 일처럼 함께 모여서 동료를 도와줍니다.

이처럼 돌고래형 상사에 속하는 유형들은 기본적으로 '누구든 내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겠지'라고 생각하면서 다른 사람의 업무까지 꼼꼼하게 처리하다 보니 매일 야근에다가 일벌레로 통합니다. 겉으로 왜 저렇게 사서 고생을 하나 싶지만, 이런 분들이 있어야 다른 동료가 불가피하게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오는 업무의 혼란을 막을 수 있습니다.

어느 책에 소개된 이야기 중에 일본에 사이타마 현이라는 동네에 자리 잡은 서점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이 서점에서 자꾸만 책이 없어지자 서점 관계자는 고민 끝에 글 하나를 써 붙였다고 합니다. “항상 저희 서점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항상 저희 서점을 이용해 주시는 여러분께 부탁드리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요즘 들어 특정한 잡지가 매주 한 권씩 없어지고 있습니다. 만약 수상한 사람을 발견하면 직원에게 알려주시지 않겠습니까? 여러분의 힘을 빌려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매주 한 권씩 없어지는 잡지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막기 위해 서점에서 간절히 부탁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과연 사람들이 모르는 사람의 잘못을 지적하고 관심을 가질까요? 어떻게 되었을까요? 참 재미있는 것이, 책을 훔쳐간 고객을 가려내기 위해서 다수의 고객을 ‘오지랖 넒은 사람들’로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서점에 생긴 문제이지 고객들이 발 벗고 나서서 관심을 가질 필요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불특정 다수의 고객들은 ‘오지랖 넓은 사람들’로 변했습니다. 이렇게 다수의 눈을 빌려서 감시를 하자 잡지는 더 이상 없어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서점의 고객들이 마치 내가 손해 보는 것처럼 생각하지 않았다면 서점이 갖고 있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처럼 남의 일을 남의 일이 아닌, 내 일처럼 생각하는 오지랖이 넓은 사람도 필요합니다. 함께 아파하고 함께 기뻐하는 사람도 필요합니다. 어떤 사람이 다쳐서 응급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오고 있을 때, 환자의 아픔을 내 것으로 생각하면서 길을 비켜줄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또 어떤 사람이 길거리에서 범죄의 표적이 되었을 때, 그 사람의 아픔을 함께 아파하면서 도와줄 수 있는 오지랖이 우리 사회에 필요합니다.

우리 사회가 언젠가부터 잃어버린 말 중의 하나가 바로 ‘이웃사촌’입니다. 이웃이 사촌보다 더 가까운 사이였던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여준 말이었습니다. 우리 사회가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서로에 대한 배려와 지혜로, 때로는 모른 척 해주고 때로는 먼저 앞장서서 도와주는 오지랖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나 홀로 사는 것이 좋아진 오늘날, 이러한 오지랖이 더욱 필요하지 않을까요? 진심을 담은, 그러면서도 지혜로운 오지랖으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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